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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덜 샤워를 위한 변명

입력
2022.07.02 0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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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애들아, 지수 브라이덜 샤워해 줄 거야?"

친구가 곧 결혼한다. 여자 5명으로 구성된 입사 동기 모임의 첫 결혼 예정자다. 모두가 신나서 그래 해주자고 입을 모았다.

브라이덜 샤워는 결혼을 앞둔 신부를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여는 파티를 말한다. 호텔룸이나 파티룸 같은 장소를 빌린 뒤 풍선이나 꽃, 케이크로 장식한다. 그리고 옷을 맞춰 입은 채로 사진을 찍고 준비한 음식을 즐긴다. 본래 외국 문화이나 영화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파된 뒤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대중화되었다. 예쁜 호텔룸에 장식을 준비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 따로 파티를 준비해서 결혼을 축하해줄 만큼 친한 친구가 많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소위 말해 '있어 보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우리 입사 동기 모임은 파티를 좋아한다. 회사 인재상에 따라 비슷한 성격이 모였는지 MBTI로 따지면 극 E적 성향(외향적)으로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모여 왔다. 핼러윈 파티부터 크리스마스 파티, 입사 N주년 파티, 이직 축하 파티, 신년회, 집들이까지. 주제는 사실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친구들이 더 재밌게 모이기 위한 콘텐츠일 뿐이다. 그래서 당연히 브라이덜 샤워도 하겠다고 나섰고, 신나서 이것저것 준비했다.

이런 브라이덜 샤워는 국내 도입 초기에는 '힙'해 보이던 '인싸'들의 콘텐츠였으나 최근에는 빛을 잃은 것 같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브라이덜 샤워에 피로감을 표현하는 글이 급격히 증가했고, 어떤 이들은 피로를 넘어 혐오감까지 비친다. 인스타그램이 국내에서 보편화된 지도 어느덧 수년이 지나면서, 이런 인스타용 보여주기 식 문화가 이제는 질리는 것이다. 처음에나 신기해 보이고 좋아 보였지 이제는 다 비슷비슷하다. 준비에 돈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효용을 못 느끼는 경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본인은 참여하고 싶지 않지만 친구들이 원하는 경우 거절하기도 곤란한 것이다. 요새는 비혼이 워낙 많아서 나는 준비해줬지만 돌려받기는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는 덤이다.

안타깝다.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고 다 같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행사.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번이라도 더 모이고 즐거운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일 텐데 어쩌다 이게 스트레스가 됐을까? 사회적 압박 때문에 내가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원하는 사람들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잘 보장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인 것 같다. 동질성이 강한 사회에서 남들이 하는 것 정도는 나도 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튀는 길을 가기가 어렵다. 사회적 압박은 끝없이 인플레이션 된다. 이런 문화는 개인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동시에 반발 심리가 커지고 혐오로 나타나는 것이다. 브라이덜 샤워도 구성원들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할 수도 있는데 격렬히 비난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이유다.

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열망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타인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도록 두었으면 좋겠다. 그게 혐오를 멈추고 서로가 자유로워지는 길이 아닐까.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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