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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폐물특별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입력
2022.07.0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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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원전을 빗대어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한다. 원전 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0만4,800다발. 현재 국내 원전에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양이다. 사용후핵연료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환경과 분리해 잘 관리한다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한다. 원전에 대해 어떤 정책적 입장을 취하든 앞으로 계속 쌓여갈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확보 문제는 현세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이자 책임이다.

따라서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는 물론, 원전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서도 영구처분시설(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과 건설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나아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그리고 중립적이고 체계적·과학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와 같은 독립적 기구의 출범과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관련 특별법의 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은 이미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 핀란드는 1983년 원전 운영 초기부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2005년부터 세계 최초로 '옹칼로'(Onkalo)라는 영구처분시설 건설에 착수하여 현재 시설운영을 준비 중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올해 1월 영구처분시설 건설 계획을 승인한 스웨덴도 1984년 '원자력활동법'과 1988년 '방사선방호법'을, 미국은 1982년 '방사성폐기물정책법'을, 프랑스는 1991년 '방사성폐기물관리 연구법'과 2006년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을, 일본은 2000년 '특정 방사성폐기물의 최종 처분에 관한 법률'을, 독일은 2013년 '고준위방폐물 최종처분시설 부지선정법'을 제정했다. 이들 나라 모두 부지선정 단계에서 빚어지는 첨예한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적극 조정하고 시설의 안정성 확보를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국정과제에 고준위 방폐물 처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포함되었다.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에서도 관련 특별법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렇게 특별법 제정에 관한 여건이 조성된 만큼 관계기관은 조속한 입법절차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여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서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 정치권의 적극적 노력을 촉구한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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