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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풍성해지려면...작은 건축물이 진가 드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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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풍성해지려면...작은 건축물이 진가 드러내야"

입력
2022.07.12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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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거는 건축' 공동 저자 정태종 교수 인터뷰

신간 '말을 거는 건축'을 펴낸 정태종 단국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사회와 건축에 대한 넓은 시야가 형성되고 우리 건축가들의 재능이 드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신간 '말을 거는 건축'을 펴낸 정태종 단국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사회와 건축에 대한 넓은 시야가 형성되고 우리 건축가들의 재능이 드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자하 하디드, 렘 콜하스, 비니 마스. 이런 건축가들의 이름은 건축 문외한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이들이 각각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리움미술관, 서울로7017은 그 사실만으로 서울의 얼굴이 되다시피 했다. 내로라한 건축 작품이 도시를 대변하는 도시에서 무명 건축가들이 만든 건축물에 눈길을 돌려 대화를 시도한 이가 있다. 최근 '말을 거는 건축'을 펴낸 정태종(57)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 얘기다.

정 교수는 "한 도시의 고유한 표정은 일상 공간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역 건축물들이 결정한다"며 "화려한 랜드마크보다는 새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을 담은 작은 건축물이 많아야 도시의 표정도 풍성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13년 전 미국에서 가장 최신의 현대 건축을 섭렵하고 돌아온 그에게 실험정신이 강한 지역 건축물들은 '지역성'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다. 이 책도 '현대 건축에 한국다움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 답을 찾는 여정에 동료 건축가인 안대환 충북대 교수, 엄준식 경상대 교수가 동참했다.

책에는 저자의 눈을 사로잡은 30개의 건축물이 등장한다. 대중에게 알려진 건축물은 아니지만 건축적 의미가 작지 않은, 젊은 건축가들의 작품이다. '젊은'이라는 수식어의 기준은 건축계의 '젊은 건축가상', '신진 건축사상' 기준인 만 45세로 삼았다. 한 명의 건축학도가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몇 년간 유학 생활을 거쳐 귀국 한 뒤, 얼마 안 되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른바 '건축판'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 때는 대체로 마흔을 훌쩍 넘기는 시점. 이때부터 신생 건축가들은 공공기관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각종 프로젝트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정 교수는 "스케일은 작지만, 건축적인 탁월성을 보여준 건축물을 선별했는데 그 과정 자체가 큰 즐거움이고 자극이었다"며 "척박한 환경에서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좌절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목소리를 찾아 대신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미널7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한국 도시 건축 전시관'의 모습. 이현준 건축사진작가 제공

터미널7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한국 도시 건축 전시관'의 모습. 이현준 건축사진작가 제공

그가 저서에서 다룬 '서울 도시 건축 전시관'을 보자. 터미널7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이 공간은 서울 정동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정 교수는 돌담길 높이로 바짝 엎드린 이 건축물에 대해 "기존 건물인 국세청 별관을 철거한 자리에 높은 건물을 포기하면서 시청에서 바라보는 정동길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워졌다"며 "비움으로서 새로움을 채운 선택"이라고 풀어냈다.

정 교수는 동시대 활발하게 활동하는 무명 건축가들의 진가와 노고가 건축을 하고 싶은 사람들, 건축을 아끼고 좋아하는 대중에게 전해지는 것이 저자로서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수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치열하게 일궈낸 성과들은 외국 건축가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이들이 경험을 성실히 쌓아올려 한국의 대표 건축가로 자리 잡는 십 수년 후쯤에는 우리도 한국인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계적인 건축가를 선정하는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명예로운 상으로, 아직 한국인 수상자는 없다.

정태종 교수가 지난달 30일 저서 '말을 거는 건축'에서 언급한 30개의 개성 있는 건축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정태종 교수가 지난달 30일 저서 '말을 거는 건축'에서 언급한 30개의 개성 있는 건축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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