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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모두 불만족한 최저임금 9620원...직종별 차등 적용 과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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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모두 불만족한 최저임금 9620원...직종별 차등 적용 과제 남았다

입력
2022.06.30 17:54
수정
2022.06.30 18:06
5면
0 0

2023년도 최저임금 5% 인상하기로... 노사 반발
업종별 차등적용 놓고 갈등 계속될 듯... 민주노총 "투쟁"

30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한 매장에 '홀서빙 구함’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배우한 기자

30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한 매장에 '홀서빙 구함’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배우한 기자

2023년 최저임금이 올해(9,160원)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사실상 임금 삭감이 이뤄졌다"는 노동계와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는 경영계 모두 불만을 드러냈다. 양측은 최저임금의 지역·직종별 차등 적용 문제와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놓고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취업자증가율=5% 인상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한 근로자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한 근로자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은 460원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휴수당 포함 201만580원으로, 최저임금 월 환산액이 200만 원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사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을 표결로 결정했다. 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의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2.7%)와 물가상승률 전망치(4.5%)를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2.2%)을 빼 산출한 것으로, 지난해에도 같은 산식을 이용해 인상 수준을 정했다.

2023년도 최저임금 안 변화 과정


최초 요구안 1차 수정안 2차 수정안 3차 수정안 공익위원 안
근로자위원 1만890원
(18.9% ↑)
1만340원
(12.9% ↑)
1만90원
(10.1% ↑)
1만80원
(10% ↑)
9,620원
(5% ↑)
사용자위원 9,160원
(동결)
9,260원
(1.1% ↑)
9,310원
(1.6%↑)
9,330원
(1.87% ↑)
차이 1,730원 1,080원 780원 750원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년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 들쭉날쭉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면서 "사실에 입각해 접근할 수 있는 과학적 자료를 갖고 주장들의 시시비비를 가려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도 ""타당성이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의해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저임금안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60원 인상에 노사 모두 불만... 전문가들 "어쩔 수 없는 결정"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공동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23년도 최저임금 관련, 자영업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공동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23년도 최저임금 관련, 자영업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1만 원대 최저임금을 위해 10% 이상 인상을 주장해 온 노동계는 반발했다. 특히 인상 근거로 제시한 가구생계비가 반영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회의 도중 퇴장한 민주노총은 "치솟는 물가 등을 고려하면 인상이 아닌 실질임금 하락"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총도 표결에는 참여했지만 "엄청난 물가상승 속에서 낮은 인상률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고 했다.

경영계도 불만을 터뜨렸다. 표결 선포 후 퇴장한 사용자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중소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5% 인상은 동의할 수 없다"며 "지난해와 같은 산식을 적용한 것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고, 이의제기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비교적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했을 때 양측이 주장하는 숫자는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5% 인상은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두 자릿수 인상률로 이미 덩치가 커진 상태라 액수로 치면 많이 오른 것이긴 하다"고 평가했다.

남은 논쟁 두 가지... ①업종별 차등 적용 ②최저임금 결정 산식

3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올해 최저임금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3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올해 최저임금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최저임금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 차등적용을 놓고 2차전이 이미 시작됐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경영계 주장에 대해 노동계가 반대하며 차등적용안은 부결됐지만, 공익위원들은 정부에 관련 연구용역을 권고했다. 고용노동부도 권고가 제시되면 관련 연구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충돌이 예상된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직종별 구분적용 용역을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이를 강행할 경우 노사관계는 파국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4가지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각각 어떤 지표를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는 정해지지 않아, 노사는 각기 다른 지표를 핵심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 때 합의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노사가 신뢰할 수 있는 노동 통계를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협상 가능한 수준의 요구안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가 같이 조사해 통계를 낸다면 터무니없는 주장과 이로 인한 소모적 논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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