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9월 '러시아 변수' 적용해 '비상 가스 계획' 점검
영국 가스 비축 위해 'EU 가는 가스관' 막을 수도
EU "양방향 가스관, 영국도 이득 얻는다" 자제 요청
영국 정부가 자국 내 가스 비축량을 고려해 유럽 대륙으로 통하는 가스관을 잠글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유럽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영국마저 가스관을 막으면 유럽 대륙은 이중고의 에너지난을 겪을 수 있어서다.
29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은 오는 9월 러시아의 유럽연합(EU) 가스 수출 전면 중단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자국의 '비상 가스 계획(Emergency Gas Plan)'을 점검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향후 몇 달 내 영국에서 심각한 가스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경우, 영국과 유럽을 잇는 가스관 가동을 멈출 계획이다.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해저 가스관은 2개인데 하나는 벨기에, 다른 하나는 네덜란드로 연결된다.
이 2개의 가스관은 지난 3월부터 최대 용량으로 가동 중이다. 러시아의 가스 감축에 대비해 EU 국가들이 가스를 비축하고자 발 벗고 나서면서, 영국은 유럽 대륙으로 매일 가스 7,500만㎥를 수출하고 있다. 향후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가 본격화되면, EU로 가는 가스 수출량이 더 늘어날 우려가 있는 만큼 영국이 이를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과 유럽연합을 잇는 가스관이 '양방향'인 탓에, 영국도 잃을 게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FT에 따르면, 영국의 가스 공급은 충분하지만 가스 저장 공간은 비교적 작다. 따라서 영국은 해당 가스관을 통해 가스 수요가 적은 여름철엔 남는 가스를 유럽으로 보내고, 겨울철에는 가스를 들여온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은 결과적으로 겨울철 가스의 20~25%를 EU에서 수입한다.
유럽 31개국 가스 전송사업자 'ENTSOG' 대표 호버스는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 영국이 가스관 차단을 고려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여름철 유럽 대륙이 이익을 얻기는 하지만, 겨울에는 되레 영국이 도움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스관 차단을 고려하는 영국에 EU도 이기적인 행동을 멈춰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런던에 연대를 요구했고, 벨기에 브뤼셀타임스는 "영국의 가스관 차단이 되레 자국의 에너지 문제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영국 정부 대변인은 가디언에 "공급 비상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우리의 우선순위는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을 끝내기 위해 EU 및 파트너 동맹국들과 계속 협력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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