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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버릴 거면 대체 왜 입양을?' 동물학대로 몸살 앓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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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버릴 거면 대체 왜 입양을?' 동물학대로 몸살 앓는 미국

입력
2022.07.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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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입양한 동물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20세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수사 결과 확인된 동물학대는 4건이며, 피해를 입은 동물들은 10마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CBS 새크라멘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솔트레이크 시티 코튼우드 하이츠 카운티에 거주하는 카이든 오리 그레이엄(Kaiden Orie Graham∙20) 씨가 지난달 17일, 유타 주 지방법원에 반려동물을 4차례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유타 주 형법에 따르면 동물학대는 3급 중범죄(3rd-degree felony)에 해당합니다.

지난달 17일,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거주하는 그레이엄 씨가 4번에 걸쳐 10여마리 동물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타 주 형법상 동물학대는 3급 중범죄로 분류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지난달 17일,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거주하는 그레이엄 씨가 4번에 걸쳐 10여마리 동물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타 주 형법상 동물학대는 3급 중범죄로 분류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그레이엄이 동물학대범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시점은 기소되기 1개월 전인 5월17일입니다. 당시 그레이엄의 한 이웃은 그레이엄이 개를 키우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집을 비우는 모습을 보고 개들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며 이웃집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이웃이 그레이엄의 집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광경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습니다.

이웃이 경찰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집안은 대소변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이 사람은 경찰에 “냄새를 맡으면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심하다”고 말하며 현장으로 빨리 출동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역시 그레이엄의 집을 살펴본 뒤 사람과 동물이 거주하기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 지자체 직원을 호출해 현장을 수습하고 동물을 구조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연락을 받은 솔트레이크 카운티 보건부와 동물보호 담당자도 현장에 출동해 개들을 구조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6개월령 시바 품종 ‘로키’는 탈수 증세를 보였습니다. 로키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한 방향으로 돌면서 이내 주저앉을 정도였죠. 경찰에 따르면 로키뿐 아니라 함께 발견된 다른 개 한 마리도 극심한 저체중 상태였습니다. 로키는 즉시 동물병원에 옮겨졌고, 하루 만에 진단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의사에 따르면 로키는 갈비뼈 골절 외에도 척추와 다리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부위는 머리였습니다. 로키를 진단한 수의사는 “두부 외상으로 인해 로키의 눈은 실명된 상태이며, 다시 앞을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번에 적발된 사례 외에도 그레이엄은 1년간 더 많은 동물들을 학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번에 적발된 사례 외에도 그레이엄은 1년간 더 많은 동물들을 학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경찰은 그레이엄의 여죄를 추궁하던 도중, 그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개들을 여러 마리 입양한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이 개들도 그레이엄의 학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3월, 그레이엄은 유타 주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 Utah)로부터 몸무게 약 26㎏의 ‘라그나로크’라는 개를 입양했습니다. 그러나 두 달 뒤, 라그나로크는 19.5㎏으로 줄어든 채 휴메인 소사이어티로 돌아왔습니다. 그 외에도 라일라, 하이디라는 개가 입양됐지만, 이들 개들은 단 이틀 만에 파양됐습니다.

그레이엄은 지난해 7월에도 ‘그레이비’라는 개를 입양했습니다. 그런데 입양 3일 만에 그레이비가 동물병원에 옮겨졌습니다. 그레이엄은 그레이비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다고 말했으며,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안락사됐습니다.

그레이비가 안락사를 당한지 며칠 만에 그레이엄은 ‘아놀드’라는 개를 또 다시 입양했습니다. 그러나 입양 직후 아놀드가 구토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정밀 조사를 실시해 개의 간 부위에서 이상을 발견했고, 복부에 멍을 확인했습니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레이엄을 동물학대범으로 몰 수는 없었지만, 잦은 입양과 파양, 동물들이 계속 죽거나 다치는 점을 감안한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그레이엄을 ‘입양 불가자’ 명단에 올렸습니다.

동물보호소에서의 입양이 불가능해지자 그레이엄은 펫숍에서 개를 구입한 뒤 다리를 부러뜨렸다. 동물병원 치료 이후 그레이엄은 개를 방치해 개의 다리는 절단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동물보호소에서의 입양이 불가능해지자 그레이엄은 펫숍에서 개를 구입한 뒤 다리를 부러뜨렸다. 동물병원 치료 이후 그레이엄은 개를 방치해 개의 다리는 절단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그러자 그레이엄은 이번에는 펫숍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그는 ‘프레야’라는 개를 펫숍에서 구입했는데, 이 개도 2주 뒤에 다리가 부러져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이후 프레야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결국 프레야는 9월, 다리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로키가 그레이엄의 손에 들어온 시점은 지난 1월입니다. 이번에도 그레이엄은 펫숍을 통해 로키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1개월 뒤, 로키는 그레이엄의 무차별적인 학대를 받아내야 했습니다. 사건 이후 경찰에 진술한 한 목격자에 따르면 그레이엄이 차 안에서 로키를 때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목격자는 “그레이엄이 개의 목을 잡고 매우 거칠게 흔들어댔으며, 개의 머리를 양쪽 다 때리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레이엄은 이 외에도 친칠라 한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를 죽인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은 그레이엄의 구속영장을 받아내 추가 혐의를 조사 중에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푸들 19마리를 입양한 뒤 학대를 거듭하다 살해한 범인이 개의 사체를 매립하는 등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지만, 그레이엄과 달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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