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과도한 임금 인상, 고물가 상황 심화"
경총 회장 "문제의식 공감, 해결 노력" 화답
노동계 "정부가 왜 노사 문제에 개입하는가"
물가 대응 총력전에 나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 경제 어려움을 감안해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물가 정책 약발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물가를 추가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경영계에 협조를 구한 것이다. 노동계는 시장주의를 표방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추 부총리는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 조찬 간담회에서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의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경쟁적으로 가격·임금을 올리면 물가·임금의 연쇄 상승 악순환을 불러오고, 이는 경제·사회 전반의 어려움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치솟은 물가로 실질 소득이 줄어든 노동자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이 임금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물가 오름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재 유출을 우려한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미 올해 임금을 각각 15%와 10% 올리기로 했다. 대한항공(10%), 삼성전자(9%) 등 주요 기업 역시 앞다퉈 임금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4월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물가가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다시 물가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추 부총리는 경쟁적인 임금 인상이 물가뿐 아니라, 국내 노동시장·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기업의 지나친 임금 인상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확대하고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를 심화할 것”이라며 “고임금·고비용 구조 아래에선 기업도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 해결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노동계는 ‘경제 컨트롤타워’의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 발언에 강력 반발했다.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자유주의·시장경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부가 왜 노사문제에 개입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부총리가 그렇게까지 말했겠냐”며 “물가 급등세가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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