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사기 등 혐의 50대에 "죄 물을 수 없다"
"근로계약서까지 작성...범죄 가담 인식 없어 보여"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 연루돼 현금 수거·전달책 역할을 했더라도 '범죄에 가담된 사실을 인식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6단독 김택우 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수 차례에 걸쳐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20년 9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구직광고를 낸 회사와 근로 계약을 맺었다. 부동산 실사와 대출 관련 업무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근로계약서도 작성해 이메일로 받았다. 다만 회사 관련자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A씨는 같은해 10월 한 달간 상사의 지시로 아파트단지를 돌며 사진을 찍고, 인근 부동산을 통해 시세를 파악해 보고하는 일을 했다. 상사는 이어 A씨에게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을 만나 돈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결국 A씨는 보이스피싱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업무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재판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김 판사는 "피고인이 부동산 실사 업무를 하다 추가로 현금 수거 업무도 병행해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계약서에도 대출 관련 업무가 기재돼 있고, 피고인이 현금 수거 과정에서 출입자명부에 실명을 기재한 점 등으로 미뤄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없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무죄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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