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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차고, 숨 못 쉬고... '서울형 투명마스크', 보육현장은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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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차고, 숨 못 쉬고... '서울형 투명마스크', 보육현장은 '냉담'

입력
2022.06.29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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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아 언어발달 지연 해결 목적
올해 투명마스크 16만 장 현장에 배포
교사들 "언어력 향상 실효성 크지 않다"
"바깥활동 늘리고 마스크 해제 검토해야"

서울형 투명마스크. 서울시 제공

서울형 투명마스크. 서울시 제공

서울시 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유모(30)씨는 요즘 근무 시간에 착용해야 하는 ‘투명마스크’ 탓에 여간 골치를 썩는 게 아니다. 마스크를 쓰고 말할 때마다 투명막에 뿌옇게 습기가 차는 건 기본. 마스크 절반이 공기가 통하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어 숨쉬기조차 힘들다. 유씨는 28일 “수시로 알코올솜으로 닦아주는데, 얼룩도 생겨 몇 시간 이상 착용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비위생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왜 투명마스크를 써야 할까. 서울시 방침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11월 어린이집 보육ㆍ특수교사 한 명당 투명마스크를 두 장씩 지급한 데 이어, 올해는 분량을 대폭 늘려 2만377명에게 8매씩 총 16만3,016매를 제공했다. 시 예산만 4억 원이 투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면서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볼 수 없는 영아(0~2세)들의 언어ㆍ인지 능력과 사회성 발달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투명마스크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하지만 교사, 학부모 등 보육현장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투명마스크가 언어발달 지연을 막는다는 취지에 부합하는지, 실효성이 의심되고 외려 소통만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투명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씨는 “투명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숨이 차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교사들이 원장님께 불편을 호소해 쓰지 않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신민향 학생학부모를위한인권연대 대표도 “지난주 서울시 탁상행정에 항의하는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실제 투명마스크가 영아의 언어능력 향상을 돕고, 발달 지연을 예방한다는 과학적 근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저 입 모양만 본다고 어휘 구사력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얼굴 표정, 발음, 눈빛 등 비언어적 요소가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아서다. 배창경 한국보육교직원총연합회 대표는 “언어 습득 과정에서 발음이나 소리도 중요한데, 마스크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며 “발화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만큼 발달 지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아동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도 하락세에 접어든 점을 감안해 투명마스크 착용 정책을 재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외부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진 데다,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은 환기시설도 잘 구비돼 있다”며 “당장 마스크를 벗기 어려우면 실외활동을 좀 더 늘리는 식으로 영아의 지체된 발달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어린이집 교사 및 학부모들의 불만 사항을 취합해 미비점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시 보육관리팀 관계자는 “투명마스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현장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전문가 의견 등을 검토해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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