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폐지로 62번째 '체벌 금지국'
"훈육 위해 체벌해야"... 현장선 비일비재
# 경기 부천시에 사는 A씨는 지난해 2월 초 7세 자녀의 학교 생활태도가 불량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화가 나 나무막대기로 자녀의 손바닥을 몇 차례 때렸다.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이유로 종아리를 때리기도 했다. 법원은 A씨에게 아동학대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가정 내 ‘훈육’에 재판부의 처벌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A씨가 폭행을 한 시점은 지난해 1월 26일 민법상 ‘자녀 징계권’이 폐지된 이후였다.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친권자의 자녀 체벌 권한이 법적으로 없어진 것이다.
자녀 징계권이 폐지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기간 자녀를 체벌한 적 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아 관계 당국의 적극적 홍보가 시급해 보인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27일 공개한 ‘민법 징계권 삭제 뒤 가정 내 체벌금지 인식 및 경험 조사’ 결과에서 성인 남녀 1,000명 중 해당 법 조항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1.2%에 불과했다.
자녀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915조는 1958년 민법 제정 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다가 지난해 63년 만에 삭제됐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62번째로 가정 내 자녀 체벌을 불허한 나라가 된 건데, 현실에선 여전히 신체적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조사에서 ‘최근 1년간 자녀 훈육 시 신체적 체벌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이 32.8%에 달했고, 아이를 특정 공간에 장시간 있게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비신체적 처벌을 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66.1%나 됐다. “잘못된 행동에는 부정적 결과를 경험해야 한다(30.6%)”, “(훈육에) 효과적 수단이다(29.1%)” 등 부모들은 자녀 징계권이 있을 때와 비슷한 이유로 아이를 때렸다.
실제 신체적 체벌에 대한 수용 인식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답변은 34.4%였는데, 2020년 조사 때보다 3.8%포인트 오른 데 그쳤다. 외려 ‘훈육을 위해 체벌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는 응답자(28.9%)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지금도 양육 현장에서는 체벌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라며 “법적 징계권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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