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동창인 중국 대사'라는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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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동창인 중국 대사'라는 명함

입력
2022.06.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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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기념화보 발간 기념식에서 정재호 주중대사 내정자가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주중 한국대사로 부임하는 정재호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충암고 동창이다. 그냥 동창이 아니라, 몇 년 전까지 몇몇 충암고 출신들과 함께 윤 대통령과 꾸준히 얼굴을 맞댄 사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친구'라는 얘기다.

4강 대사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꽂느냐" 소리가 나올 법하다. 그럼에도 별다른 비판이 나오지 않는 것은 정 대사의 '스펙'이 주중 대사라는 가볍지 않은 직함을 받쳐주고 있는 덕분이다. 그는 홍콩과학기술대 교수와 중국 인민대 방문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미중관계연구센터장을 역임한 '중국 전문가'다. "미국의 시선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학자"라는 지적이 없지 않지만, 역대 주중 대사 가운데 중국을 전문적으로 공부해본 사람 자체가 드물었던 점에서 정 대사 낙점은 되레 신선할 정도다.

외교가에선 중국 정부가 정 대사의 실력을 떠보기 시작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한국과 중국 사이엔 2개의 공식 외교 채널이 있다. 정 대사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둘 중 어느 쪽이 더 유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중국은 이런 저런 요구 사항을 두 채널에 모두 던져볼 수 있다. 정 대사를 통한 요구가 통하면 중국에선 "윤 대통령 친구라더니, 역시!"라는 감탄이 나올 것이다(정 대사 내정 소식을 전한 중국 관영매체 기사 제목은 '신임 주중 한국 대사는 윤석열의 동창'이었다). 반대로 정 대사를 매개로 한 소통이 영 서먹하다 싶으면 "친미 정권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중국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동맹 강화를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외교는 당분간 한미 간 보폭 맞추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중국의 서운함을 누르고, 동맹 외교 과정에서 중국이 가질 수 있는 오해를 줄이는 '방어 외교'가 정 대사의 주요 임무가 될 공산이 크다. 방어의 기본은 최전방 전선에 내보낸 장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방어에 실패하면 "자기 친구를 앉힌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정말로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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