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역도부 코치가 학생 6명 폭행
경찰 고소 뒤에도 학교 측 신고 안 해
최숙현법 시행 2년... 현장선 미준수
한국체육대학교 역도부 코치가 학생 6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학교 측이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스포츠윤리센터 등 관계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감독과 동료 선수 등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인권침해·비리 사건 발생 시 윤리센터나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하는 규정이 생겼지만 신고의무나 처벌조항이 미비한 탓에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7일 한체대 역도부 코치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기숙사 사감을 겸직하던 A씨는 지난달 27일 한체대 기숙사에서 학생 6명을 하키채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학생 중 일부는 전치 12주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체대 측은 사건 발생 다음 날 A씨를 업무에서 배제해 학생들과 분리조치했다.
한체대는 '자체 조사'를 이유로 폭행 사건을 스포츠윤리센터, 대한역도연맹, 대한체육회 등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역도부 지도교수인 한체대 체육학과 A교수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학생 면담 등 절차를 밟느라 겨를이 없었다"며 "학교 내부적으로 충분히 조사한 후 징계 등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2년 전 최 선수의 사망 이후 국회에선 '최숙현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선수와 체육지도자, 체육단체 임직원 등이 인권침해·비리를 알게 된 경우 즉시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자체 조사를 이유로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의무신고 기준이 모호하고 신고의무가 있는 지도자가 이를 어길 경우 벌칙조항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체육계 인사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서 사건을 공식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무마하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신고 미이행 시 벌금형 등 구체적인 징계기준을 정하는 방식으로 미비한 처벌조항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지난 20일 한체대 기숙사 및 교무처를 압수수색하는 등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절차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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