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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마저 없는 위기의 여자핸드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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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마저 없는 위기의 여자핸드볼

입력
2022.06.26 13:0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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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슬로베니아 첼레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여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 조별리그 D조 1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에서 최한솔이 슛을 하고 있다. 국제핸드볼연맹 제공

23일 슬로베니아 첼레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여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 조별리그 D조 1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에서 최한솔이 슛을 하고 있다. 국제핸드볼연맹 제공

정상급 기량으로 국제 대회에서 감동을 선사하던 한국 여자핸드볼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향후 10년 이상 국가대표팀을 책임질 ‘핸드볼의 미래’ 주니어 대표팀이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다.

여자주니어핸드볼 대표팀(만 20세 이하)은 지난 23일~25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 첼레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여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 2패에 그쳐 16개국이 겨루는 결선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26일부터 하위 리그 순위결정전(17~32위)인 프레이지던트컵 대회에서 최종 순위를 가린다. 우리와 아시아 정상을 경쟁 중인 일본은 A조에서 2승 1패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지난 1985년 이 대회에 처음 참가(2위)한 이후 3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전까지 최저 순위는 12회(중국)~14회(마케도니아) 대회까지 연속 세 차례 기록한 9위였다. 대표팀이 본선라운드 진출에 실패해 하위리그로 떨어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대회 2차전 프랑스전에서 13점 차(21-34)로 대패한 것은 무려 21년 만에 나온 ‘최다 점수 차 패배’ 타이 기록이다.

여자 핸드볼에 위기감이 감지되는 이유다. △우승 후보 프랑스 등 ‘죽음의 조’에 편성된 점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대회 경험을 쌓지 못한 점 △대회 전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적었던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전력 약화는 부인할 수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대표팀은 이번 대회 내내 잦은 실책과 낮은 슛 정확도로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다. 슛 성공률은 세 경기 평균 56.8%에 그쳤다. 경기 운영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상대팀의 연속 2분간 퇴장으로 유리한 상황을 맞았지만, 우리도 퇴장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과거 대표팀이 높이에서 밀리더라도 경기 운영과 개인 기술에선 앞섰고, 파워 역시 개인 훈련을 통해 상당 부분 극복했던 것과는 확연히 차이를 드러냈다. 한 핸드볼 관계자는 “상대 팀을 분석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다. 우리 팀이 기본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는데, 어떻게 상대 약점을 파고들겠느냐”라며 한숨을 쉬었다.

여자핸드볼의 위기는 예견됐다. 2014년 대회(크로아티아)에서 사상 첫 우승을 일군 주니어 선수들이 현재 성인 리그의 주축인 이효진 유소정 원선필 박새영 등이다. 하지만 2년 뒤인 2016년(러시아)엔 24개국 중 7위에 그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8년 (헝가리)엔 3위에 올랐지만 혼자 43골을 몰아넣으며 대회 MVP에 선정된 송혜수 의존도가 컸다. 그리고 한 차례 대회 취소 후 열린 이번 대회엔 그런 에이스마저 없었다. 위기를 보고도 '아직 국제 경쟁력이 있다'며 적절한 대책없이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다. 경기를 지켜본 유럽의 한 지도자는 “어떻게든 경기를 풀어나갈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라도 미래 인재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암흑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훈련 및 체력관리 시스템도 핸드볼 선진국인 유럽 모델을 적극 검토하는 등 기본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첼레=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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