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영화 '사람냄새 이효리'
감독 구교환, 배우 이효리
이효리 "은퇴하면 '2X9' 탓" 농담
7월 1일 티빙 '서울 체크인'에서 공개
이효리(43)와 구교환(39). 요즘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 시장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힌다. 이효리는 X세대의 아이콘이고, 구교환은 Z세대에게 사랑받는 스타다. 서로 다른 세대에게 주목받는 둘은 성장 과정뿐 아니라 스타일도 딴판이다. 1998년 아이돌그룹 핑클로 데뷔한 이효리는 남성을 사로잡는 데 10분이면 충분하다고 노래('텐미닛')하며 늘 당당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별'이 됐지만 구교환은 정반대였다. 트랜스젠더(영화 '꿈의 제인')와 일그러진 군인(드라마 'D.P.')을 연기해 얼굴을 알린 사내에겐 '괴랄'하다는 말이 따라다닌다. '괴이'와 'X랄'이 만나 '이상한데 어쩐지 귀여운' 분위기를 내는 것이 구교환의 특기다.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이효리와 구교환이 만나 단편 영화 '사람냄새 이효리'를 만들었다. 구교환이 감독을 맡았고 이효리가 연기했다. 이효리가 '메기'(2018)로 독립 영화 뉴 웨이브를 이끈 구교환과 이옥섭 감독의 영화 창작팀 '2x9'에 러브콜을 보내 작업이 이뤄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의 이효리 리얼리티 프로그램 '서울 체크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촬영은 이달 초 서울 성북구의 오래된 집에서 이틀 동안 진행됐다. 이효리와 구교환 그리고 이옥섭의 첫 아이디어 회의가 이뤄진 곳은 서울 강남구 선술집.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은 '동물 교감' '발연기' 등을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사람냄새 이효리' 관계자는 "셋이 만난 자리에서 나온 화두를 발전시켜 단편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관객 시사회가 열렸다. 평범하지 않은 삼남매가 이효리를 만나며 겪는 기묘한 이야기가 작품의 줄기다. 10여 분 분량의 영화는 '이효리 신화'를 산산이 부순다. 이효리는 "꺼억" 하는 트림을 개의치 않는다. 무대 위 번쩍이는 이효리도, 다도에 빠져 사는 '제주댁'도 없다. "언니는 요가할 자격이 없어요." 삼남매의 막내 심달기가 이효리를 저격하지만 그는 듣지 않는다. 영화에서 구교환은 코피를 내내 쏟는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이효리와 구교환의 낯선 모습들로 극은 기괴하게 굴러간다. 그 허구의 이미지에 이 시대의 폭력이 생생하게 비친다.
단편 영화는 묵직했지만 상영 후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효리는 "연기 트라우마를 치유해주는 시간이었다"며 "'사람냄새 이효리' 이후 (트라우마가)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지만"이라고 웃었다. 2005년 드라마 '세잎클로버'로 연기에 처음 도전해 혹평받은 데 대한 '셀프 디스'다. 이효리는 "은퇴하면 두 사람(이옥섭 구교환) 탓"이란 농담도 했다.
촬영은 돌발의 연속이었다. 이효리는 "대사를 달달 외워갔는데 현장에서 다 바뀌었다"고 폭로했다. 안절부절못하던 구교환은 "현장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며 수줍게 말했다. 관객 최지민(20)씨는 "'이게 뭐지?' 싶은 게 '2x9'고, 그 스타일이 잘 묻어나 재미있었다"며 "TV에서 보던 털털하고 웃긴 이효리의 모습과 다른 모습이라 놀랐다"고 관람 소감을 전했다. '사람냄새 이효리'는 내달 1일 '서울 체크인'에서 공개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