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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전 경제부총리 별세... 한은 총재·서울시장 지낸 '경제학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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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전 경제부총리 별세... 한은 총재·서울시장 지낸 '경제학 대부'

입력
2022.06.23 18:20
수정
2022.06.23 21:55
23면
0 0

'조순학파' 정운찬·이창용 등이 제자
부총리 시절 '토지공개념' 도입 주도
DJ 제안에 정계 입성... 서울시장 당선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서울아산병원 등에 따르면, 고인은 노환으로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던 중 이날 새벽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6월 19일 동반성장연구소 창립식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서울아산병원 등에 따르면, 고인은 노환으로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던 중 이날 새벽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6월 19일 동반성장연구소 창립식에 참석한 모습. 뉴스1

한국 경제학계의 대부이자,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등을 역임하며 1990년대 초 국가 경제 컨트롤타워를 맡았던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가 23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강원도 강릉 출신인 고인은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후 6·25전쟁이 발발하자 육군 통역장교로 활동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수 요원으로 복무하며 고(故)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종전 후인 1957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UC버클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순학파' 이끌며 경제학계에 큰 족적

1968년 귀국한 후에는 20년 동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조순학파'를 이룰 만큼 학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그의 제자다. 정 전 총리와 함께 쓴 '경제학원론'은 수십 년간 국내 대표적인 경제학 교과서로 꼽히기도 했다.

학자였던 그를 경제 관료로 이끈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육사 제자였던 노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88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았다. 부총리 재직시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도했다. 1992년부터 1년 동안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하며 물가안정을 강조하는 금융정책을 폈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한국경제의 거목이자 관료, 정치인으로 큰 족적을 남긴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별세한 23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조 전 부총리는 노태우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맡았고, 한국은행 총재와 서울시장 등을 역임했다. 뉴시스

한국경제의 거목이자 관료, 정치인으로 큰 족적을 남긴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별세한 23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조 전 부총리는 노태우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맡았고, 한국은행 총재와 서울시장 등을 역임했다. 뉴시스

DJ 제안으로 정계 투신... 1995년 민선 서울시장

1993년 당시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1995년 지방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흰 눈썹과 대쪽 행보로 '서울 포청천'이란 별칭을 얻었고, 취임 직전 발생한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현장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아스팔트로 덮여 삭막했던 여의도광장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그의 시장 시절 대표적 업적이다.

1997년 제15대 대선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섰으나 중도하차했다. 대신 신한국당 이회창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뒤 초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를 맡았다. '하나 된 큰 나라'라는 뜻의 당명도 그가 지었다. 1998년 강원 강릉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으나,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후 탈당파를 규합해 민주국민당을 창당했으나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했다.

이후 서울대 명예교수와 한반도선진화재단 고문,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사회 원로로서 활동을 벌였다.

한국경제의 거목이자 관료, 정치인으로 큰 족적을 남긴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별세한 23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다. 뉴시스

한국경제의 거목이자 관료, 정치인으로 큰 족적을 남긴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별세한 23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다. 뉴시스


제자 이창용 "경제 위기에 고인 지혜 되새겨야"

그의 별세 소식에 각계의 애도가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조화를 보낸 뒤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조순 학파' 제자들은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학자로서, 공직자로서, 정치인으로서, 국가 발전을 위해 오롯이 삶을 헌신한 고인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영면을 기원한다"고 했다. 그의 제자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경제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분"이라며 "한국경제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고인이 주신 여러 지혜를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고 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 오전, 장지는 강릉 선영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남희(92)씨와 아들 기송·준·건·승주씨가 있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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