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이미지센서' 개발 총력
세계 최초 1억 화소·2억 화소 이미지센서 출시
스마트폰·반도체 분야 '일거양득' 성과 기대
"초소형 픽셀 기술력으로 이미지센서 시장을 선도하겠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2억 화소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HP3' 개발을 총괄한 임준서 부사장의 말이다. 23일 삼성전자는 이미지 센서 분야 첨단기술이 집약된 HP3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이미지 센서의 개별 픽셀(디지털 화상의 기본 단위) 크기가 '0.56마이크로미터(㎛)'로 세계 최소 수준이며 자동초점 기능과 색 표현력을 강화했다.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 시장에 뛰어든 지 20년 만에 '세계 최초' 수식어를 곳곳에서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표적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인 이미지센서의 기능적 한계를 뛰어넘는 동시에 제품 자체를 점점 더 작게 만들면서 시장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과 휴대용 컴퓨터(태플릿PC) 등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이는 디지털 전자기기와 의학용 촬영장비 및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등에 폭넓게 쓰인다. 특히 이미지센서 경쟁력이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스마트폰 사업과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와도 직결되는 만큼, 관련 사업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년 만에 세계 최초 2억 화소 달성"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은 2002년이다. 당시 전자기기 시장은 '디카(디지털 카메라)'와 '폰카(카메라가 장착된 핸드폰)' 등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메라 성능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높아지던 때다. 이미지센서는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으로, 전자기기의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준다.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는 '애니콜'이라는 브랜드로 휴대폰 사업을 펼쳤는데, 디카와 폰카 등 급증하는 '카메라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미지센서 개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도전은 쉽지만은 않았다. 시장 성장성도 컸고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일본의 소니 등 선발 기업들이 시장을 꽉 쥐고 있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의 '화소 개선'에 집중하며 승부를 걸었다. 2019년에는 모바일 부문의 '1억 화소' 이미지센서 시대를 업계에서 처음 열었고, 2021년 9월에는 세계 최초로 '2억 화소' 이미지센서의 벽을 깼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개발 성과에 힘입어 올해 2월 출시된 스마트폰 플래그십(최상위 모델) 갤럭시S22 시리즈에 역대 스마트폰 분야 최고 수준인 '1억 800만 화소' 카메라 기능도 탑재했다.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승부수는 시장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시장 진출 13년 만인 2015년 업계 2위였던 옴니비전을 밀어내고 업계 1위 소니 추격전에 나섰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이미지센서 점유율을 소니 44.6%, 삼성전자 28.7%로 분석했는데, 두 회사 간 격차는 1분기 만에 24.5%에서 15.9%로 좁혀졌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분야 선두 자리를 꿰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측이 설명한 이미지센서 개발의 핵심은 ①이미지센서 소형화 ②자동초점 기능 강화 ③다채로운 색상 구현 등이다. 이 가운데 이미지센서 소형화는 카메라 모듈 크기 축소로도 이어져 제품 디자인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이날 삼성전자가 내놓은 HP3는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이 집약됐다. 우선 이미지센서의 픽셀(디지털 화상의 기본 단위) 크기를 기존 제품 대비 12% 축소해 '0.56㎛'로 제작했다. 이를 통해 HP3를 탑재하는 전자기기는 카메라 모듈 면적을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다. 또 2억 개의 픽셀 하나하나에 자동 초점 기능을 담았고 색 표현력은 이전 모델 대비 64배 늘렸다. 임 부사장은 "2019년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1억 화소 이미지센서 시대를 열었고 초소형 픽셀 기술력으로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며 "사용자 경험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반도체 '두 마리 토끼' 노린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스마트폰과 반도체 시장에서 두 마리 토끼 잡기를 노리고 있다. ①스마트폰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카메라 성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이미지센서가 좋아질수록 카메라 성능도 고급화된다. 실제 내년에 출시되는 갤럭시S23 시리즈에는 연내 본격 양산이 시작되는 아이소셀 HP3가 들어갈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 불만이 높은 '카툭튀(후면 카메라가 툭 튀어나오는 디자인)' 현상 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②이미지센서 성과가 시스템반도체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삼성은 반도체 분야 등에 450조 원을 쏟아붓는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이미지센서가 포함된 시스템반도체 분야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TSR는 2020년 전체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약 1%를 차지했던 1억 화소 이상 초고화소 이미지센서 수요가 2025년 11%까지 10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튜버와 개인 영상 촬영 등 고성능 카메라 수요가 늘면서 이미지센서 경쟁력이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 제품 전체의 성과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형화나 색채 구현 등에서 꾸준한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시스템반도체 분야 전반에서도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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