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결과 지켜봐야" vs "안건 심각"
"정무적 판단 필요" 기류 속 당 안팎 의견 분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 문제를 다룰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회의가 22일 소집됐다. 현직 당대표에 대한 전례 없는 징계 심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징계가 의결된다 하더라도 이 대표 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해 당내 혼란이 불 보듯하다. 이 대표 우군인 2030세대 당원들의 탈당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으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윤리위는 이날 이 대표 측 반발을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윤리위 회의 장소를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관심은 이번 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의결될지 여부다. 윤리위는 앞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성상납 의혹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 실장의 소명을 듣겠다는 것으로, 통상 윤리위는 징계 당사자의 소명을 청취한 직후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해 왔다.
당대표가 관련돼 있다 보니 징계가 가능한지를 놓고서도 당내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18일 “윤리위는 당원 개개인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모든 당원에 대한 징계관할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문까지 낸 만큼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것으로 본다. 다른 한쪽에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한 대표를 징계하는 건 무리라며 정무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이 대표의 정치적 기반과도 같은 2030세대 당원들의 집단탈당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가능한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다.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는 이 대표의 거취와 직결될 수 있고, 경고가 나와도 사퇴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나 경고 등의 의결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결백을 주장해온 이 대표가 순순히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표는 이날도 한 방송에 출연해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처분 가능성에 대해서 "당에 손실을 끼쳤는지가 나와야 할 텐데 딱히 드는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때문에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고 김 실장에 대한 징계만 의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 한 핵심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대표를 징계하는 건 무리”라며 “시간을 두고 따져봐야 할 문제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실질적으로 징계를 만약 받는다고 했을 적에 당이 아마 치명적 결과가 나올 거라 본다"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문제는 김 실장에 대한 징계만으로도 이 대표 관련 의혹을 당 차원에서 사실로 공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증거인멸을 교사한 뒤 '꼬리 자르기' 했다는 꼬리표가 계속 남을 수도 있다. 때문에 이 대표가 최고위 의결을 통해 윤리위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하는 수순을 밟거나 윤리위 재심 신청, 법원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법리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이 대표가 내년 6월로 예정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사퇴할 경우, 친윤석열계와 안철수 의원 등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조기 점화하면서 당내 혼란이 심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리위가 징계를 의결하고 이 대표 측이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냐”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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