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준공시 전수조사 등 근본 해결 힘써야"
아파트 거주 인구가 계속 늘면서 ‘층간소음’은 한국사회의 대표적 분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감염병 시대를 지나며 충간소음 관련 민원이 80% 가까이 폭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민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갈등 유발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더이상 층간소음을 사적 영역으로 치부하지 말고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분쟁 요소를 최소화하는, 구조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2일 내놓은 ‘층간소음 분쟁 현황과 대책방안’에서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공동주택에 살고, 층간소음 갈등이 심각해도 정부 해결책과 정책은 매우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2년 넘게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층간소음 다툼을 한층 심화시켰다. 지난해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신고는 4만6,596건으로, 2019년(2만6,257건) 대비 77% 늘었다. 박영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주거분과장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실내 거주 시간이 증가한 영향”이라며 “살인 등 강력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소음 문제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분쟁은 늘었지만 처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민원인 요청으로 센터가 2014년부터 6년간 실시한 층간소음 현장측정은 1,916건. 이 중 92.4%(1,770건)가 법적 소음 기준 이내, 즉 “문제없다”고 측정됐다. 분명 피해자는 있는데, 기계는 피해가 없다고 하니 기준을 현실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소음 기준치를 넘어도 현장측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송모(40)씨는 지난해 10월 윗집이 법적 기준을 초과한 소음을 냈다는 센터의 측정 결과를 받았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 송씨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일부 승소했다. 판결 후에도 계속된 ‘발망치’는 이달 윗집이 이사를 가고 나서야 그쳤다.
경실련은 결국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 개선을 근본 해법으로 제시했다. 우선 공동주택을 새로 지을 때 층간소음 전수조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올 2월 주택법 개정으로 공동주택 시공 전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검증하는 검사가 도입됐다. 하지만 기준에 미달해도 보완 시공 및 손해배상 조치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단체는 “준공 때부터 전수조사를 실시해 보완 시공과 피해보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둥식(라멘) 구조 건축을 의무화하는 것도 소음 저감에 도움이 된다. 국토교통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기둥식 구조는 벽식에 비해 경량충격음 6.4데시벨(㏈), 중량충격음은 5.6㏈ 감소 효과가 있다. 다만 공사비가 3~6% 비싸고 층과 층 사이에 보가 들어가 건설사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다. 2007년부터 10년간 지어진 500가구 이상 국내 공동주택의 98.5%가 벽식 구조다.
백인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은 “하자 상품 사고는 만든 회사 책임인데, 주택은 왜 ‘부주의한 소비자 잘못’이냐”며 “정부가 하자 회사에 벌칙을 주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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