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적 제약 없어 “긴장감 덜어” vs “준비 비용 부담”
“꼬리물기식 질문 사라져” vs “벽 보고 말하는 느낌”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말은 그래도 희망적이다. 아예,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경기 침체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요즘 취업준비생들 얘기다. 수시로 바뀌는 취업 트렌드도 감안해야 한다. 최근 채용시장에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면접 또한 뜨거운 감자다. AI 면접에선 사람 대신 기계가 사전에 제출된 이력서 기반의 맞춤형 질문 등을 지원자에게 전하고 응답까지 평가한다. 지난 2017년부터 국내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AI 면접은 당시만 해도 생소한 형태로 회의적이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 과정에서 비대면 방식의 특징으로 급부상했다. AI 면접 도입에 나선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AI 역량검사 개발사인 마이다스인에 따르면 지난해 AI 면접을 도입한 기업은 전년 대비 50%가량 늘어난 450여 개에 달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각 기업에서 AI 면접 도입에 적극적인 모양새인 건 분명해 보인다. 다만 5년이 흐른 현재, AI 면접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서도 부정적인 기류 또한 만만치 않았다. 22일 취준생들에게 AI 면접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AI 판단에 “효율적이다” vs “못 믿겠다”
당장, AI 판단에 대한 생각부터 달랐다. 취준생인 강모(23)씨는 “면접 초기 단계에서부터 미리 파악된 지원자의 성향을 바탕으로 각각 다른 질문을 받는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수많은 지원자들의 성향을 일일이 파악해서 이에 맞는 질문을 해야 되는 대면 면접보단 효율적이라고 본다”면서 AI 면접을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역시 AI 면접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취준생 이모(27)씨는 “데이터 기반의 평가란 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데다, 지원자의 사전 답변 내용으로 해당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 유무까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AI를 100% 믿긴 어렵단 의견도 나왔다. 취준생인 박모(25)씨는 “구직자 답변의 맥락에서부터 사소하게는 표정 변화나 말투까지 충분히 분석할 만큼, 데이터가 축적됐다고 보긴 힘들다”며 “이런 측면에서 AI 면접 알고리즘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취준생인 최모(22)씨는 “돌발 질문 같은 게 없기 때문에 AI 면접만으로 지원자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긴 어려울 수 있다”며 “면접자의 본래 성격이나 성향을 숨긴 채 AI 면접에선 '연출'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공간적 제약 없는 면접에 “긴장감 덜어” vs “면접 준비에 비용 부담”
AI 면접 방식에 대한 의견도 갈라졌다. 언제, 어디서나 응시가 가능한 ‘언택트’ 성격의 AI 면접을 경험한 대학생 박모(25)씨는 “내가 편한 장소에서 면접을 볼 수 있다 보니, 오프라인 면접에 비해 긴장감은 확실하게 덜한 것 같다”고 평했다. 올 초 대학 졸업 이후,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인 강모(23)씨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긴장이 안 됐다”며 AI 면접에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AI 면접 분위기 조성이 까다롭단 지적 또한 제기됐다. 원활한 인터넷 환경에서부터 소음 없는 조용한 장소와 마이크나 컴퓨터(PC) 모니터 등 각종 장비 마련이 부담이란 판단에서다. 직장인 조모(28)씨는 “경험에 비춰볼 때, 일정상 한 달에 5번 넘게 면접이 겹치는 경우도 많은데, 그때마다 AI 면접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기가 비용적으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만일의 사태인 인터넷이 끊기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책까지 감안해야 된다는 부분 역시 고민으로 지목됐다.
“꼬리물기식 질문 면접 압박감 사라져” vs “벽 보고 말하는 느낌”
별도 면접관이 없는 AI 면접에선 지원자의 응답 내용에 따라 이어지는 이른바 압박적인 ‘꼬리질문’에선 자유롭다. 올해 AI 면접으로 입사한 직장인 노모(28)씨는 “AI 면접의 경우엔 제가 대답한 내용에 대해 면접관이 꼬리질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경험한 압박면접에 대한 부담은 확실이 없었다”고 귀띔했다. 취업 준비생으로 AI 면접을 경험한 박모(25)씨는 “면접이라기보다 미리 외워둔 답변을 녹화해서 전송하는 것에 가까웠다”며 “아무래도 대면 면접에 비해 긴장을 덜할 수밖에 없었다”고 기억했다.
반면 면접관 없는 ‘나 홀로 면접’에서 스며든 거리감은 걸림돌로 지적됐다. 앞서 AI 면접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최모씨는 “대면 면접은 대답을 잘 못해도 만회할 기회가 있어 보이지만, AI 면접에선 한번 기회가 날아가면 끝인 것 같다”며 “대인 관계에 장점을 가진 취준생들에게 AI 면접은 자신의 장점을 다 보여주지 못해서 불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모니터에 뜬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면접을 진행하는 형태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채용 시장에 들어선 AI 면접의 비중을 고려할 때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단 조언을 내놓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관계자는 “AI 면접을 도입한 기업에선 지원자들이 AI 면접의 평가 방법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정확한 평가 기준과 방식을 제시해야 된다”며 “지원자 입장에서도 AI 면접에 대한 충분한 사전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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