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일부 과실 있지만, 군 고의 은폐 아냐"
1심처럼 가해자에게만 4억 원대 판결 유지
유족 "군에 면죄부 준 엉터리 판결" 분노
선임병들의 무차별 가혹행위 끝에 사망한 '고(故) 윤승주 일병 사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에서도 패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일부 잘못은 있지만, 고의로 사건을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1심 판단이 유지된 것이다. 유족은 "군에 면죄부를 준 엉터리 재판"이라며 분노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34-3부(부장 권혁중 이재영 김경란)는 22일 윤 일병 유족들이 사건의 주범인 이모 병장과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처럼 가해자의 4억 원대 배상 책임만 인정하고 국가 책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일병은 2014년 4월 경기 연천 28사단 의무병 복무 도중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 곁에 돌아왔다. 군은 사인에 대해 "윤 일병이 간식을 먹다 선임병들로부터 가슴을 구타 당해 쓰러진 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뇌가 손상됐다"고 발표했다. 사건은 단순 폭행으로 인한 상해치사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상습 폭행과 가래침 핥기 등 엽기적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은 뒤늦게 윤 일병 사인을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라고 발표했다. 이 병장은 이후 윤 일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40년을, 나머지 가해자들도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5∼7년을 받았다. 다만 사건 은폐 의혹이 불거진 군 관계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유족들은 2017년 4월 이 병장과 국가를 상대로 6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병장은 윤 일병 사망에, 군 관계자들은 사고 경위와 사망 원인을 은폐하려 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일부 잘못 있지만, 고의 사건 은폐 아냐"
1심은 이 병장에게는 4억 원대 배상금을 부과했지만, 군 관계자들의 사건 조작 의혹은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군검찰이 윤 일병의 병원 후송 당일 이 병장 등의 폭행을 인지하지 못했고, 부검의가 윤 일병에게 다른 외력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감별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면서도 "군 수사기관과 부검의가 고의로 진상을 은폐하거나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2심 또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심 판결은 이 병장의 배상금 이자 지급 기한만 한달 앞당겼을 뿐 나머지는 1심과 똑같다"며 "사법부가 실체적 진실을 왜곡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 또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군에 면죄부를 준 엉터리 판결"이라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가서 목숨을 잃고 슬픔과 고통에 빠져 있는 우리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얼마나 거리를 헤매야 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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