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별세한 '저항 시인' 김지하 49재날
25일 서울 천도교 대교당서 추모문화제
민주화 세력과 갈등 등 논란 많았던 말년
"가려진 그의 업적 재조명" 동료들 힘 모아
미발표 시 8편 발표… "생명존중 사상 담은"
"김지하 시인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고 몇 사람이 중지를 모았습니다. 60~80년대를 어떻게 보낸 사람인데. 물론 그가 말년에 글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대해) 응어리가 진 사람도 있습니다. 함께 응어리를 풀 수 있는 애도의 장을 가지려고 합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을 발표하며 대표 저항시인으로 자리매김한 김지하 시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25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대교당에서 열린다. 고인의 오랜 동료로서 이번 추모문화제 상임추진위원장을 맡은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21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추모문화제 개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 정치·문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고인을, 숱한 오해 속에 방치하지 말고 제대로 조명한 후 보내줘야 한다는 취지다.
김지하 시인은 지난달 8일 향년 81세로 타계했다. 고인은 독재 정권 비판 등으로 여러 차례 투옥되고 사형선고까지 받으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하지만 민주화를 요구하는 청년들의 분신이 잇따르던 1991년 5월, 이를 '죽음의 굿판'에 비유한 신문기고문으로 민주 진영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변절자' 논란에 휩싸였다.
추모제 사회를 맡는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말년의 몇몇 문제들로 민주화 투쟁가이자 문학인으로서 고인의 전체 업적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그는 "'상황(인식), 강약 조절(능력) 등을 잃어버려 오해를 샀던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감옥 생활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투병한, 국가폭력 피해자로서의 고인의 상황에 대해 부연하기도 했다.
이번 추모제는 화해와 애도의 시간으로 기획됐다. 250명이 넘는 추모위원이 뜻을 모았고 함세웅 신부, 도올 김용옥 선생, 황석영 작가 등이 직접 추도사를 낭독한다. 그중에는 당시 민족문학작가회의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를 비판하는 신문기고문을 썼던 시인 김형수 등 한때 고인과 대척점에 섰던 인사들도 포함됐다. 김형수는 고인과의 만남과 갈등, 화해 등의 이야기를 담은 '김지하 시인의 그림자 뒤에 엎드려 울다'라는 제목의 추모사를 발표한다.
민주화 이후 고인이 천착했던 생명사상을 보여주는 '교감' '헌화' 등 미발표 시 8편도 이날 공개된다. 여러 민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고인을 기리기 위해 탈춤 등 공연도 선보인다. 우선 '청수한동이'에서 '마고춤'까지 망자를 진정성 있게 보내는 의식으로 형성된 제례의식으로 추모제의 문을 열고 탈춤으로 마무리한다. 글씨와 그림에 능했던 미술가로서 김지하를 조명하는 시간도 갖는다. 추모제 분향소는 25일 본식(오후 3시) 한 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 추모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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