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홍혜민의 B:TS]는 'Behind The Song'의 약자로, 국내외 가요계의 깊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립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최근 활동 방향성의 대대적인 변화를 알렸다. 예기치 못한 시점에 발표된 이들의 심경 고백과 개인활동 중심 체제 변화는 얼얼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사실 10년 차 아이돌에게 개인활동 중심 체제로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완전체 활동 잠정 중단' 등의 이슈에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이는 이미 방탄소년단과 빅히트 뮤직 측이 부인한 만큼 새로워질 이들의 행보를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봐도 좋을 듯하다.
주목할 것은 따로 있다. 방탄소년단이 개인활동 중심 체제로의 변화를 알릴 당시 고백했던 이들의 고민들과, 완전체 활동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 이유였다.
당시 RM은 "'버터' 이후로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며 "나는 항상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가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게 없어진 느낌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그는 숨가쁜 활동을 요구 받는 K팝, 그리고 아이돌 시스템 속에서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과 이로 인한 고민들을 고백했다. 스스로의 성장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자신들의 활동을 기대하는 팬들을 생각하면 그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설명이었다.
슈가 역시 이에 공감했다. 그 역시 "제일 어려운 게 가사를 쓰는 거다. (가사가) 정말 안 나온다. 할 말이 없다, 진짜. 내가 느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 이야기해야 하는데 억지로 쥐어 짜고 있더라. 어쨌든 누군가를 만족시켜줘야 하다 보니"라고 말했고, RM은 "혼자서 할 말은 많이 쌓였는데 팀으로서 할 말이 없더라. 결국은 나 혼자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하다 싶었다"고 완전체 활동 보다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화에 나서게 된 이유를 전했다.
이들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어쩌면 그간 K팝 아이돌 시장에서 금기시 되던 이야기였다. 데뷔 이후 팀이 해체되기 전까진 활동과 새 앨범 준비를 위한 공백기를 거듭하며 쉴 틈 없이 달리는 것이 당연시 여겨졌던 아이돌 신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위해, 오랜 시간 팀으로서 함께하기 위한 건강한 플랜"이라는 멤버들의 이야기는 결국 앞으로 가파르게 몸집을 불린 K팝 시장이 지향해야 방향성과 맞닿아 있었다.
방탄소년단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택한 변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한편, 앞으로 달라질 아이돌 문화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이에 대해 가요 소속사 A 측 관계자는 "그간 아이돌 그룹들이 각자의 성장이나 '롱런'을 위해 일련의 시간을 갖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물론 방탄소년단의 경우 이미 국내외에서 탄탄한 입지를 쌓아둔 만큼 각자의 성장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에 다른 기획사들에서도 '보다 건강하고 오랜 활동을 위한' 새로운 방법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데뷔 이후 소모품처럼 숨가쁘게 소비 된 뒤 '마의 7년'을 전후로 각자의 길을 위해 팀을 떠나는 것이 수순처럼 여겨지던 아이돌 시장이 보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변화를 맞이할지, 조금 더 지켜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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