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상품 판매 온라인몰 매출 '쑥'
편의점 마감 임박 식품도 불티
고품질 재고 늘고 선입견 줄어 수요 ↑
신혼인 직장인 이모(32)씨는 최근 경기 용인의 리바트 공장에 위치한 '리퍼브' 매장에서 본 리클라이너 쇼파 구매를 앞두고 있다. 판매가 약 150만 원짜리 상품인데, 쇼파 뒷부분의 작은 이염으로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씨는 "작은 자국일뿐더러 어차피 쇼파 뒤쪽에 묻은 것이라 평소에 보이지도 않을 것"이라며 "반품 상품이어도 크게 하자가 없는데 가격이 싸니 누가 채가기 전에 빨리 구매할까 싶다"고 말했다.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전시상품 및 반품, 이월 상품 등 '떨이'라 불리는 재고상품을 찾는 알뜰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구, 가전부터 유통 기한이 임박한 먹거리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과거 재고 상품은 상품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새 상품 못지않게 품질이 좋아지면서 소비자들이 갖는 거부감도 많이 줄었다. 누구보다 먼저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사려는 재미와 보람은 '덤'이다.
재고 품질, 새 상품 못지않아…이유 있는 매출 신장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상거래(e커머스) 티몬이 운영하는 재고상품 판매 기획관 '알뜰쇼핑'의 지난달 매출은 전월 대비 약 3배 올랐다. 재고전문 온라인몰 리씽크도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6% 상승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알뜰쇼핑 대상으로 삼은 품목이 눈에 띄는데, 티몬은 리빙 매출이 990%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어 화장품 412%, 식품은 307%나 뛰어올랐다. 기업 납품 취소로 재고가 발생한 22년형 LG전자 그램 노트북 신제품의 경우 단 10분 만에 7,000만 원 매출을 찍었다.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가 재고 구매 수요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생활 물가가 전체적으로 상승 추세다 보니 가성비 좋은 제품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하고, 기업은 버려질 위기에 처한 악성 재고를 털어 손해를 줄일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셈이다.
온라인 쇼핑 보편화로 무료 반품이 늘면서 품질이 좋은 재고가 쌓이는 것도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리씽크 관계자는 "하자 없는 새 상품도 많이 풀려 재고는 별로다라는 선입견이 많이 줄었다"며 "여기에 반품 증가로 버려질 물건들이 늘어나다 보니 자원 낭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가치소비를 하는 이들까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고 상품을 대리 판매하는 유통사는 다양한 판매 서비스로 편의성과 신뢰감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 리씽크는 네이버 쇼핑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재고상품 가격을 새 상품과 비교해 안내한다. 또 재고 구매 후 1년 동안 무상수리를 해주는 리케어 서비스와 보험 서비스까지 제공해 재고 구매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다.
편의점은 '밥상 물가' 공략…식품 마감 할인
그런가 하면 유통 기한이 다 돼가는 식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비록 유통상으로는 시간이 다 됐더라도 먹어도 큰 이상이 없는 기간인 소비 기한이 남아 있으면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①편의점 세븐일레븐의 마감 할인 서비스 '라스트오더'의 경우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신장했다.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만 180만 개, 폐기 절감액은 판매가 기준 54억 원에 달한다.
②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해 마감 할인 중인 GS25는 지난달 관련 매출이 전월 대비 21.4% 올랐다. ③편의점 CU는 지난달 마감 할인 서비스의 이용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1.5% 뛰었다.
편의점들은 대체로 도시락, 삼각김밥 같은 즉석 식품에서 마감 할인 매출이 높게 발생했다. 평소 편의점 회전율이 높고 유통 기한이 짧아 각 점포마다 판매 상품으로 등록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일부 편의점은 스낵, 라면 등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난달 마감 할인 매출 비중을 보면 스낵 27.4%, 라면이 21.2%를 차지했다"며 "점주들이 재고 순환이 잘 안 되는 스낵, 라면류를 털어내면서 점포의 유동성을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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