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계열 사장단 25명, 8시간 긴급회의
위기의식 공유와 타결책 모색...이 부회장은 불참
삼성전자와 삼성의 전자계열사 사장단이 20일 긴급회의를 열었다. 고물가와 공급망 불안 등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위기 대응 태세를 본격적으로 갖추기 위해서다. 삼성이 2017년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후 계열사 사장들이 별도로 모여 회의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란 해석이 나온다.
삼성은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경기 용인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전자 및 전자계열사 경영진 25명이 모여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삼성전자 두 사업부문 대표인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주재하고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 관련 계열사 사장급 간부들이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는 유럽 출장을 다녀온 이 부회장이 귀국길에 기술과 인재, 조직 등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18일 공항에서 △기술 중시△우수인재 확보 △유연한 조직문화 중요성 등을 강조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기술'의 중요성을 세 차례나 언급하며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해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은 회의에서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특히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사장단은 ①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충격 ②IT제품 수요 급감 등 글로벌 위험 요인 점검 ③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개발 ④공급망 안정성 강화 ⑤재정건전성 확보 등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부회장의 기술 중시 발언에 공감하며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해 미래를 준비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사장단회의 개최를 두고 재계에선 "그만큼 국내외 경영 환경 악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 등으로 국내외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선제적으로 위기의식 공유와 타결책 모색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위기,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위기 등 굵직한 이슈가 터졌을 때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어왔다.
삼성전자는 21일부터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이 참석하는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부문별로 개최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연말에만 한 차례 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올해 다시 상반기 전략회의를 재개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느낀 위기의식 등을 각 사업부문 임원진이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