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타자’ 이정후(24·키움)의 신들린 타격 기술이 연일 화제다. 외야석에 앉아 공을 날려달라는 팬에게 정말 홈런을 쳐 배송하는가 하면 중심을 잃은 채로도 골프 스윙하듯 공을 맞혀 안타로 만드는 기지를 발휘했다. 다음엔 또 어떤 타격으로 묘기를 선보일지 야구 팬들의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프로 6년차인 이정후는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위압감을 주는 타자로 꼽힌다. 공격과 수비에서 약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완성형 선수’라는 평가도 받는다. 20일 현재 이번 시즌 성적은 타율 0.337(5위) 11홈런(공동 5위) 84안타(공동 4위) 46타점(5위) 장타율+출루율(OPS) 0.952(4위) 등 공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간 약점으로 꼽힌 파워도 말끔히 지웠다. 시즌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벌써 홈런 11개를 쳐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2020년 15개)을 넘어 첫 20홈런도 가능한 페이스다. 무엇보다 정교함을 꾸준히 유지하면서도 파워가 늘었다는 점이 더 놀랍다. 이정후는 홈런 11개를 치는 동안 삼진은 14개에 불과했다. 반면 이정후와 11홈런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피터스(롯데)는 62삼진, 크론(SSG)은 60삼진, 소크라테스(KIA)는 45삼진을 각각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늘어난 장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홈런보다는 안타와 타율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정후는 “홈런에 관한 로망이 없다”면서 “지금은 OPS를 더 중요하게 보는 시대라 장타가 많으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기도 하고 상징성이 있는 타율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이정후는 매 시즌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통산 타율(3,000타석 이상 기준)은 0.340으로 ‘타격의 달인’으로 불렸던 고(故) 장효조(0.331)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정후는 또한 천부적인 재능을 앞세워 야구 팬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준다. 15일 두산전에서는 중계카메라에 ‘이정후 여기로 공 날려줘’라고 적은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관중에 진짜로 ‘홈런 배송’을 했다. 공을 받은 팬이나,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정후 모두 신기해했다. 이정후는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며 “내게도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정후의 묘기 대행진은 18일 LG전에서도 나왔다. 이날 이정후는 LG 투수 임찬규의 투구가 몸쪽 깊숙이 들어오자 발을 뒤로 빼면서 중심을 잃은 채로 골프 스윙하듯 정타로 때려내며 1, 2루 간을 가르는 안타로 연결했다. 이정후의 묘기에 가까운 타격에 중계진은 “신들린 타격 기술”이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에 메이저리그도 이정후를 주목하고 있다. 이정후는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한다면 2023시즌 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빅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 키움 구단도 선수 가치가 높아지면 포스팅으로 많은 돈을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받는 만큼 이정후의 도전을 적극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 이정후 본인 역시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일본보다 미국이 내 타격 스타일에 맞을 것 같다”며 “실패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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