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연인 관계 아냐… 박씨 주장 허위사실"
시인 박진성. 한국일보 자료사진
시인 박진성(44)씨가 자신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고 고발한 후배 시인과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이 박씨의 허위사실 유포를 추가로 인정하면서, 손해배상금액도 소폭 상승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 강민구)는 지난 17일 시인 A씨 부부가 박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12월 한 문학잡지에 문단 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산문을 게재했다. 과거 겪은 스토킹 피해 등이 글에 담겼다. 가해자 실명은 등장하지 않았다.
박씨는 그러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45차례 올리며 의혹을 부인했다. △A씨와 과거 연인으로 교제했고 △A씨가 되레 '나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게 박씨 측 주장이었다.
A씨와 그의 배우자는 박씨를 상대로 2억 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박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취지였다. 박씨는 이에 3,000만 원짜리 맞소송을 냈다. "허위사실에 반박하기 위해 글을 게시한 것"이란 취지였다.
"연인 관계 아냐... 강간 관련 박씨 글도 허위사실"
1심 재판부는 박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박씨가 A씨를 일방적으로 좋아했을 뿐 연인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지인들 증언이 결정적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과거 주고 받은 이메일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A씨가 박씨를 완곡히 거절하거나 연민의 감정을 표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일부 글은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박씨의 손해배상액을 1,000만 원으로 제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다만 박씨의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로 인정해 손해배상액을 1,160만 원으로 늘렸다. 박씨가 "A씨가 나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과거 사생활과 관련한 허위사실 적시는 A씨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의 객관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판결을 환영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재판부는 박씨가 A씨를 '허위 미투(성폭력 고발)'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 판결이 유사한 피해 사건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사회에 경종을 울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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