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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이 졌다... 프랑스, 20년 만에 여소야대로 집권 2기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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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이 졌다... 프랑스, 20년 만에 여소야대로 집권 2기 '빨간불'

입력
2022.06.20 20: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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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총선서 과반 의석 확보 실패… 101석 줄어
좌파 연합·극우 정당 약진… 마크롱 2기 국정 위태
여당, 연정 구성 추진… 유력 대상 공화당은 '난색'
야당 친러 성향, 우크라 지원 등 외교 노선에 암초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가 치러진 19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르투케에 있는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르투케=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가 치러진 19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르투케에 있는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르투케=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집권 2기’ 시작 두 달 만에 위기를 맞았다.

19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에서 여권은 의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연금ㆍ복지 개혁, 우크라이나 지원 등 마크롱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정책들이 좌초할 가능성이 커졌다.

"마크롱당, 완전히 패배했다"... 야당 '자축'

프랑스 국제보도채널 프랑스24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총선 개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중도 정당 ‘르네상스’를 포함한 범여권 연합 ‘앙상블’이 하원 577석 가운데 245석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과반인 289석에서 44석 모자랄 뿐 아니라, 현재 의석 346석보다 101석이나 줄었다. 프랑스 의회에서 여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건 2000년 선거 개혁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야당들은 약진했다. 극좌 성향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주도하는 좌파 연합 ‘뉘프(NUPESㆍ신생태사회민중연합)’는 131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뉘프는 '은퇴 연령 60세로 하향' '최저임금 인상' '필수 식료품 가격 동결'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민심을 파고들었다.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 정당은 완전히 패배했고 이제 모든 가능성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며 성과를 자축했다.

가장 극적인 반전의 주인공은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었다. ‘국민연합’은 89석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원내 제3당으로 거듭났다. 지난 총선에서 8석을 얻는 데 그친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15석 이상 확보해 의회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르펜 대표가 최대 승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확고하게, 책임감 있는 야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복병 만난 마크롱... 외교·개혁 과제 '제동'

좌파 연합 '뉘프'를 이끄는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대표가 총선이 치러진 19일 밤 선거운동본부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좌파 연합 '뉘프'를 이끄는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대표가 총선이 치러진 19일 밤 선거운동본부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여소야대 의회를 만난 마크롱 대통령의 앞날엔 먹구름이 끼었다. 2017년 5월 취임한 그는 지난 5년간 다수당 지위를 누리며 야당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손쉽게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의석이 40%에 불과해 야당 협조 없이는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프랑스 의회의 일반 법안 의결 정족수는 '출석 의원 50% 이상의 찬성'이다.

이에 따라 △연금 개혁 △은퇴 연령 62세에서 65세로 상향 △감세 등 마크롱표 핵심 정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인 아멜리 드 몽샬랭 환경장관과 브리지테 부르기뇽 보건장관, 쥐스틴 베냉 해양장관, 리샤르 페랑 하원의장 등이 낙선한 것도 뼈아프다. 도미니크 루소 파리팡테온소르본대 법학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향후 5년은 야당과의 협상과 타협이 전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은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석 과반을 점하기 위해 연정 구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정 대상으로는 프랑스 보수를 대표하는 공화당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설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은 이번 총선에서 101석에서 61석으로 몸집이 쪼그라들었지만, 여소야대 정국 덕분에 권력은 더 커졌다. 연정에 참여하는 대신 사안별로 협상하면서 최대한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크리스티앙 자코브 공화당 대표는 “야당으로 남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마크롱, 연정으로 국면 전환 나설 듯

이번 총선 결과는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체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이 당분간 외교보다 국내 정치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퇴임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좌장'을 자처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현안에 적극 대응해 왔으나, 외교 노선에도 걸림돌이 많아졌다. 멜랑숑 대표는 유럽회의론자이고, 르펜 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역할과 EU 방위금 분담에 부정적이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난민 수용 문제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국내적ㆍ국제적으로 직면한 위험을 고려할 때 지금은 국가 위기 상황”이라며 “다수당을 구성하기 위해 당장 내일부터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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