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 휘발유 2,107.53원·경유 2,115.96원
경윳값, 연초 대비 46.5% 상승…휘발유 '역전'
정부 유류세 37% 인하…경유 가격 하락 영향 '미미'
"오늘 기름값이 제일 싸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휘발윳값보다 경유 가격의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하기로 했으나, 휘발유에 비해 경유 가격의 인하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데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경윳값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ℓ)당 각각 2,107.53원, 2,115.96원을 기록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이달 11일 2,064.59원을 기록하며 10년 2개월 만에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경유 가격 역시 이미 지난달 12일 1,953.29원을 기록, 기존 최고가(1,947.74원)를 14년 만에 경신한 데 이어 한 달 넘게 날마다 '신고가'를 올리고 있다. 특히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남주유소는 경유를 ℓ당 3,083원에 판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경윳값은 지난달 11일을 기준으로 휘발윳값을 추월했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웃돈 것은 2008년 6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최근엔 그 상승세가 더욱 매섭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은 올해 1월 1일 각각 ℓ당 1,623.79원, 1,442.42원이었는데, 다섯 달 만에 가격이 각각 480원, 670원 넘게 상승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경유가 46.5%로 휘발유(29.6%)보다 16.9%포인트 높았다.
경윳값 더 오르는 이유는... 러-우 전쟁·유류세 인하
경유가격이 휘발윳값을 추월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배경으로 꼽힌다. 디젤차 운행이 많은 유럽의 경우 수입 경유의 약 6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데, 이번 전쟁으로 유럽 내 경유 가격이 폭등했고, 이로 인해 국제 경유 가격 상승이 촉발된 것이다.
여기에 세금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휘발유는 주로 승용차에, 경유는 화물차·굴착기·레미콘 등 산업용 장비에 사용됐다. 1970∼1980년대 승용차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정부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높은 세금을 매겼다. 때문에 유류세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이 붙는데 정부가 유류세를 일괄 인하하면서 가격 인하 폭이 경유보다 휘발유에서 더 크게 발생, 역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7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추가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휘발유와 달리 경유가격 하락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30%에서 37%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ℓ)당 57원(247→304원), 경유는 38원(174→212원) 더 싸질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와 경유가격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한시적으로 유류세가 20%로 낮아지면서 경유와 휘발유 가격 차이가 좁혀졌고, 올 들어 유류세 인하 폭이 30%까지 커지면서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로 휘발유 가격은 떨어질 수 있지만, 경유 가격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경유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평균 유가를 종전 전망치보다 10달러 상향 조정한 배럴당 135달러로 제시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세계 석유 수요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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