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중령 진급' 6일 남기고 기소
군, 급하게 진급 명단서 삭제
"인사 명령 뒤 기소되면 삭제 불가"
2일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열린 제148기 공군학사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신임장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 명령 이후 형사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군 간부의 진급을 취소해선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행법상 인사 명령 이후 기소되면 진급을 취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직권취소로 인한 사익 침해가 더 크다는 취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최근 공군 장교 A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진급 예정자 명단 삭제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상관 모욕으로 기소된 소령... "중령 진급 안돼"
A씨는 2018년 9월 '2019년도 공군 중령 진급 예정자'로 선발됐다. 공군은 이듬해 9월 20일 'A씨를 10월 1일자로 중령으로 진급시킨다'는 인사 명령을 내렸다.
A씨는 그러나 중령 진급 6일 전 상관 명예훼손·상관모욕 혐의로 군사법원에 기소됐다. 공군은 기소 당일 "군 인사법에 따라 장교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할 예정이니 오늘까지 의견을 제출하라"는 사전 통지를 A씨에게 보냈고, 다음날 중령 진급 무효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7월 A씨 손을 들어줬다. 공군이 중령 진급 예정자 삭제에 대한 의견 제출 기한을 사전 통지 당일로 정했기 때문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취지였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공군은 진급을 재차 허락하지 않았다. 2주 간의 의견 제출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절차적 문제만 고친 뒤 A씨를 다시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한 것이다.
"진급 발령 전 기소... 취소 안 돼"
2일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열린 제148기 공군학사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신임 장교들이 148기를 상징하는 기수 대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A씨는 다시 법원을 찾았다. A씨 측은 "군 인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인사 명령 전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돼야 진급이 취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소 5일 전에 인사 명령이 났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이번에도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날에는 인사 명령이 이미 내려진 상태"라며 "진급 불가 사유 중 '진급 발령 전에 군사법원에 기소됐을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익이 더 크다면 진급 발령 시점에 상관 없이 직권취소할 수 있다'는 법리도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군이 A씨를 중령 진급에서 배제하기 위해 절차를 급하게 진행했고 △A씨가 상관 모욕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사실 등을 토대로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해야 할 공익상 필요보다 (원고가 입을)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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