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차 김희준(22)은 지난해 처음 출전한 한국여자오픈에서 첫날 기권을 했다. 드라이버 샷감을 잃으면서 하루 동안 7오버파 79타나 적어냈다.
김희준은 “드라이버가 엉망이었다. OB도 많이 났고, 공이 살아도 깊은 러프에서 두 번째 샷을 치다보니 파를 하기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잃어버린 드라이버 샷감은 지난 시즌 내내 김희준을 괴롭혔다. 26개 대회에 나서 12개 대회에서만 컷을 통과했다. 절반 넘게 컷 탈락했다는 얘기다. 톱10은 단 한 번뿐이었던 김희준은 상금랭킹 81위에 그쳐 시드전을 다시 치러야 했다.
다행히 시드전 33위로 올해 시드를 다시 손에 넣은 김희준은 한 단계 성장해서 돌아왔다. 올 시즌 9개 대회에서 6번 컷을 통과하며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권을 했던 한국여자오픈에서 둘째날 단독 2위에 올랐다.
김희준은 17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전날에도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던 김희준은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선두 임희정(22)에 1타 뒤진 단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이버샷 난조는 지난해 김희준이 시드를 지키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다. 장타력은 남부럽지 않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이 67.4%(96위)에 불과했다. 페어웨이만 벗어나는 게 아니라 OB가 적지 않을 만큼 크게 빗나가기 일쑤였다.
“드라이버를 잡는 게 무서웠다”는 김희준은 지난해 8월 김도훈 코치를 만나면서 드라이버 난조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드라이버 페어웨이 안착률이 높아지면서 버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날도 김희준은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냈다. 4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살짝 넘어간 뒤 3m 파퍼트를 놓친 게 옥에 티였다.
김희준은 14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무용을 하다가 먼저 골프를 한 오빠를 따라 배우게 됐다. 또래들에 비해 경력이 짧아 아마추어 시절엔 우승 경험이 없다. 국가대표나 상비군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2018년 프로가 돼서도 정규투어에 오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차곡차곡 실력을 다지며 해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생애 첫 우승이 손 닿을 거리까지 왔지만 김희준은 욕심을 애써 억눌렀다. 그는 “우승하면 좋긴 하겠지만 5위 안에는 들겠다는 마음으로 주말 경기에 나서겠다”며 “내일 경기가 중요하다. 내일 좀 더 타수를 줄여 놓으면 모레 최종 라운드를 더 편하게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희준은 "10년 시드를 지켜 KLPGA투어 K10 클럽 가입이 목표"라면서 "올해는 꼭 1승을 하고 싶고 상금랭킹 30위 안에 들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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