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종합병원 응급실 의사, 환자 가족에게 피습
의료계 단체 "임세원법 이후에도 바뀐 것 없다"
경기 용인시의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의사가 진료에 앙심을 품은 환자 가족에게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계 단체들은 환자에게 살해당한 고(故)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에도 의료 현장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의 흉기에 의해 사망한 사건 이후 의료기관 내 폭력을 가중처벌하는 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불행한 사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의료인 안전 및 보호 대책을 국가가 제도나 재정 측면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등에 따르면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A(74)씨는 지난 11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아내를 응급실 의사 B씨가 미흡하게 조치했다며 난동을 부렸다. 이어 의료진 근무시간을 확인해 나흘 뒤인 15일 음식을 갖고 사과하는 척 B씨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무방비 상태였던 B씨는 목 부위를 다쳤고 A씨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돼 16일 구속됐다. A씨는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은 2019년 '임세원법' 시행 이후에도 의료인에 대한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등 법률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2018년 임 교수 사망 후 일부 개정된 의료법은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중상해·사망하게 할 경우 처벌 강화 △의료기관 내 보안인력과 장비(보안벨, 뒷문 등) 설치가 골자다. 이 회장은 "국가 지원 없이 전적으로 병원이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하는 해당 법은 의료기관에 부담과 규제로 작용했다"면서 "법은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같은 사태가 계속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도 "의료진에게 상해를 입히는 것뿐 아니라 위협만으로도 진료환경을 저해하고 환자에게 위험이 될 수 있어 법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필수의료나 응급실은 공익적 성격을 띠어 안전요원 배치 등의 보호조치를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대책 마련 촉구에 동참했다. 대한병원협회는 "폭행·상해·협박 등에 의한 환자 및 의료인의 안전문제를 의료기관이 스스로 해결하는 현실"이라며 "진료 현장에서의 폭행·상해·협박을 강력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의료진에 대한 폭력을 경찰에 신고해도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근본적인 차원에서 제도와 문화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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