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구미 여아 사망사건...단순한 사건으로 안 보여"
"산부인과서 아이 바꿔치기한 게 아닐 수도"
"온라인 범죄 등 제3자 개입 가능성 염두에 둬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에서 친모로 밝혀진 석모(49)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에서 아이의 친모로 밝혀진 석모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환송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7일 "이 사건이 생각보다 단순한 두 여성(어머니와 딸)의 실수로는 절대 봐지지가 않는다"며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죄조직이 가담한 사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두 여성이 이 일을 저지르고 아이를 하나 사망에 이르게 한, 학대치사에 대한 형사책임만 지면 이 사건이 깨끗하게 끝날 사건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기를 임신매매 하는 등 이런 범죄 조직까지도 염두에 놔야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무래도 석씨의 딸 김모씨가 10대에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굉장히 포괄적으로 조사를 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온라인으로 요즘은 이런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구미 지역만 조사한다고, 산부인과 인근 지역만으로 범행의 현장을 염두에 두는 게 적합한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고 수사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제공
앞서 2018년 2월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20대 엄마인 김씨를 체포했고, 유전자 검사 결과 외할머니였던 석씨가 친모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석씨는 2018년 구미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자신이 출산한 아이와 딸 김씨가 출산한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과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날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숨진 여아가 석씨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할 뿐, 두 아이를 바꿔치기 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기엔 의문점들이 많다고 판단했다. 석씨가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고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산부인과에서 확인된 정황들이 하나도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아이의 식별 띠지가 빠져있고, 아기 뭄무게가 줄어든 것이 아이가 바뀌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에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태반 내에 있는 물질들이 배설돼 체중이 약간 감소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이것이 아이가 바뀌었다는 증거가 되지 못한 것"이라며 "석씨가 식별 띠지를 벗기고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것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문제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씨 아이 어디에?..."산부인과서 바뀌치기한 게 아닐 수도"

지난해 4월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내용을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영상 캡처.
또한 김씨가 낳은 딸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다. 이 교수는 "김씨가 낳은 아이는 사망한 게 아니잖느냐. 그 아이는 어디로 갔느냐가 지금 전혀 수사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판결문을 보면 수사의 상황이 대부분 (김씨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입원한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만 아이가 바뀌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했던 것 같은데 그게 입증이 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이를 바꿔치기 한 장소를 산부인과 병원으로 한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아이의 식별 띠지가 떨어져 있다는 게 보도되면서 그 산부인과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장소가 아니었느냐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꼭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로 인해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실패한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장소가 나와야 하는데 그 장소가 산부인과 맞느냐가 의문이 되는 것"이라며 "만약 산부인과가 아니라면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 누구라도 접근이 가능해지는데, 바꿔치기를 그 이후에 했을 가능성을 더 넓게 열어놓고 조사했었나 의문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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