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은빈은 한국 나이로 31세지만 오랜 연기 경력을 자랑한다.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한 그는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인간 박은빈의 모습을 지워내고 캐릭터로 존재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드라마, 영화 속 인물들은 시련을 거치고 나름대로 성장하면서 결말을 맞이했지만 박은빈은 아니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는 자신이 인생에서 어느 페이지를 지나고 있는지, 박은빈이라는 캐릭터의 색깔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했다. 고민을 거듭하는 과정 속,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박은빈은 더욱 단단해졌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녀2'로 돌아온 박은빈을 만났다. 더욱 성숙해진 박은빈의 열연이 담긴 '마녀2'는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신시아) 앞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를 쫓는 세력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평범해서 더욱 특별한 경희
박은빈은 '마녀2'에서 경희를 연기했다. 경희는 비범한 능력을 지닌 소녀(신시아)에게 인간의 따뜻함을 처음으로 알려주는 인물이다. 잔혹한 현실 속에서 가운데서 자신이 지키고자 것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은빈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특별한 사람들 속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특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경희가 남다른 패기를 갖고 있음에도 두려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악한 인간들이 많지 않으냐. 척박한 환경 속에서 착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중할 만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도 했다. 박은빈이 바라본 경희는 완전하지 않은 어른이었지만 자신의 도덕성을 지켜냈다.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이었다.
신시아·성유빈, 기특한 후배들
박은빈은 신시아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신시아가 '하얀 말랑이' 또는 '찹쌀떡' 같았다고 말했다. "시아는 말간 얼굴을 보유한 순수해 보이는 소녀였다. '감독님께서 이러한 이미지를 (소녀로) 그리셨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게 박은빈의 설명이다. 현장 속 신시아의 열정은 박은빈에게 마냥 예뻐 보였다. "시아에게 부담감도 있었을 거고 잘하고 싶은 열망도 있었을 거예요. 현장에 대해 모르는 게 많으니까 처신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있었을 테고요.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어요."
후배들을 보며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박은빈은 신시아, 그리고 남매 호흡을 맞췄던 성유빈에 대해 '똑똑한 친구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해야 할 일들을 잘 파악하고 있고 그걸 해낼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열연을 펼쳐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해주고 싶다"고 이야기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메시지에 주목하는 박은빈
박은빈은 캐릭터를 제안받으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파악한다고 했다. 그는 "내게 옳은 사람들을 많이 제안해 주시는 듯하다. 정의로운, 정도를 걷는 역할들을 믿고 맡겨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음을 두드리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자신의 실제 성격에 대해서는 "완벽주의를 지향하나 실제로 완벽하게 살고 있진 못하다. 완벽주의를 원해서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융통성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박은빈에게 '마녀2'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영화였다. 평소 그는 작품을 고를 때 메시지에 집중한다고 했다. "보시는 분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작품을 통해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의미가 남을 수 있는 작품을 염두에 두면서 하기로 마음먹었죠. 자신에게 던지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듯합니다."
박은빈의 욕심
자신의 지난날을 그때 촬영했던 드라마, 영화로 기억하는 박은빈은 뼛속까지 배우다. 그는 "작년을 '마녀2'와 '연모'로 기억한다면 올해는 이러한 작품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될 거다. 작품 속에 그 나이의 내가 녹아들어 있어서 좋은 듯하다"며 웃었다. 또한 "하고 싶은 작품과 캐릭터는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몸을 둘로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물론 배우 박은빈이 아닌 인간 박은빈으로서의 욕심도 있다. 박은빈은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행복의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지난날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요. 배우로서 얻는 성취감도 있지만 일을 하며 스트레스에 함몰되진 않길 바라죠. 스스로 즐겁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인간 박은빈을 응원해 주고 싶네요."
한편 '마녀2'는 지난 15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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