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학술회의서 분석
"한국사·문화 침탈 고도화…한국통사 편찬해야"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현재 한중 양국의 혐중·혐한 정서가 더 심각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공식적으로 종료한 2007년 이후에도 꾸준히 자국 중심의 역사·문화 연구로 외연을 넓히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동북공정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현숙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17일 재단이 동북공정 20년을 맞아 개최한 '중국의 역사 정책과 동북아 역사문제' 학술회의에서 "5년짜리 프로젝트였던 동북공정은 종료됐지만, 중국의 영토중심적 사관에 따른 한국사 인식은 계속되고 있다"며 "최근 중국의 젊은 네티즌들은 대국굴기 선언과 G2 진입이라는 상황 변화에 따라 자국에 비판적인 모든 대상에게 거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혐한 댓글도 훨씬 많이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2002년부터 5년간 동북 3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의 과거 민족사는 모두 중국사에 속한다는 시각으로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다. 이날 학술회의는 동북공정 시작 20년을 맞은 시점에 중국 역사정책의 변화 양상과 향후 전망을 짚어 보고 대응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김 위원은 최근 중국의 젊은 층에서 혐한 정서가 강화되고 있는 원인을 시진핑 주석의 정책방향에서 찾았다. 그는 "시진핑이 트럼프와 만났을 때 '한국이 예전에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했다는 전언에 시진핑의 기본적인 한국사 인식이 담겨 있다면 지금이 동북공정 시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단오, 농악, 한복, 김치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방위적 원조 논쟁이 불거진 것을 사례로 들었다. 이어 "중국 정부는 과거와 달리 양국 간의 갈등을 중재하려 노력하는 대신 적절히 활용하면서 여론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자국 중심 역사연구는 더욱 고도화되고 있지만 한국의 대응은 동북공정 시대와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한국사 관련 연구는 고구려사가 줄어들고 고조선, 부여 논문들이 증가 중이며 전근대시기 한중관계를 지배·종속관계로 정리하는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연구자들도 동북지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중국 전역의 역사·정치·문화학자 등으로 확대됐다. 김 위원은 "바이두의 용어 설명에 나오는 한국사 관련 내용들을 보면 중국은 이미 다른 단계로 넘어간 지 오래인데, 우리만 계속 동북공정에 머물러 있다"며 "더 이상 동북공정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은 우리 역사학계의 대응방안으로 △역사의 출발점과 시·공간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비한 한국통사 편찬 △한국사에 맞는 역사이론 개발 △한중 역사대화기구인 '한중역사공동연구위원회' 설립 추진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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