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당대회서 은퇴 관측
명맥 이어갈 후임 여성 없어
'유리 천장' 비판론 커질 전망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내 유일한 여성인 쑨춘란(72) 국무원 부총리가 올해 하반기 은퇴할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에 여성 정치인이 임명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2년간 중국 방역 정책을 이끌며 강한 인상을 남긴 쑨 부총리만한 후임 여성 정치인이 마땅찮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중국 유일의 여성 부총리인 쑨 부총리는 이미 퇴직 연령인 68세를 넘어섰다"며 "올가을 20차 당대회에서 퇴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에선 67세 이하이면 승진하고, 68세 이상은 퇴임시키는 '칠상팔하(七上八下)'라는 암묵적 원칙이 존재한다. 72세인 쑨 부총리로선 이번 당대회에서 총리로 승진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하는 입장이다. 역시 이번 당대회에서 은퇴할 것으로 여겨지는 리커창 총리의 후임 총리로 리창 상하이 당서기, 한정 부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어 쑨 부총리의 은퇴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쑨 부총리는 19세에 시계공장 노동자로 시작해 △다롄시 당서기 △푸젠성 당서기 △톈진시 당서기 등을 거쳐 부총리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25명으로 구성된 중앙 정치국원 내 유일한 여성인 그는 특히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주요 국면에서 중국 방역 정책을 이끌어왔다.
2020년 2월 '우한 폐렴 사태' 때는 팬데믹 시초지인 우한으로 직접 날아가 3개월간 현장에 머물며 세계 최초의 '도시 봉쇄'를 지휘했고, 지난 4월 상하이 봉쇄 때도 현장을 찾아 "과감하고 신속하게 싸워 이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외쳤다.
쑨 부총리와 함께 일했던 한 정부 관리는 SCMP에 "어느 날 회의 석상에서 쑨 부총리가 '일하려면 제대로 해라.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사표를 내달라'고 말했다"며 "그는 매우 강고한 일꾼"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공산당은 2002년부터 중앙정치국에 최소 1명 이상의 여성을 둔다는 암묵적 원칙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쑨 부총리를 이을 또 다른 거물급 여성 정치인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은 높지 않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쉽지 않은 중국 정계의 완고한 '유리 천장'이 여전한 탓이다.
천이친 구이저우성 성장, 위훙추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 등이 거론되나 다양한 지역에서 경험을 쌓은 쑨 부총리의 정치적 역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CMP는 "20차 당대회에서 1997년 이후 약 25년 만에 여성이 없는 중앙정치국이 출범할 수도 있다"며 "'유리 천장'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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