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부부들, 자극 위한 소재 되어선 안돼
부부 예능 속 갈등, 지나친 수위에 시청자들 '우려'
최근 부부 예능들이 갈등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원색적인 그림들을 담아내고 있다. 과거 가족 예능이 화목한 부부의 일상을 조명했다면 이제는 자극적인 발언과 서로를 향한 적개심 등이 주 포인트다. 하지만 선을 넘는 상황들이 거듭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의 우려도 깊어지는 중이다.
부부 리얼리티 예능들은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다. 주로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면서 긍정적인 면만 강조됐다. 앞서 사랑꾼 부부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었고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행복함을 자랑하는 이들이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고 부부가 나란히 예능 캐릭터를 가져가곤 했다. 장윤정 도경완 부부가 대표적 예시다.
그러나 방송 속 잉꼬 부부들은 보통의 부부들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이질감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갈등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고 시청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듯 최근의 부부 예능은 180도 달라졌다. 부부의 갈등과 불화가 전파를 탄 후 시청자들은 공감이 간다는 의견들을 내놓았다. 특히 부부가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긴장감이 있어 화제성에도 큰 효과를 냈다. '우리 이혼했어요'를 시작으로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결혼과 이혼 사이' 등 갈등을 직접적으로 꺼내놓으면서 더 많은 감정 표현이 가능해졌고 보는 재미도 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부부 예능들이 애정보다 불화만 강조하면서 수위도 높아졌다. 출연진의 발언도 제법 위험하다. 욕설부터 방송 도중 출연자가 기절하는 장면까지 담겼다. 폭력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적나라한 감정 표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결국 출연자들이 악플을 대면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부부 예능 제작진이 출연자들에게 쏟아지는 화살표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문제는 지나친 갈등이 보는 이들의 피로도를 자극했다는 점이다. 제작진 입장에서 출연자들의 감정은 '연출하기 좋은 소재'에 불과한 것일까. 진정성 담긴 솔직한 감정 표현을 자극과 선정적으로 그려내면서 메시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었다. 상처를 주고 또 상처 받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단 그저 자극을 위한 장치로 설정된 모양새다.
관찰 일상인 탓에 갈등 해결은 출연자가 직접 이끌어내지 않는다면 그대로 종결된다. 그나마 '오은영의 리포트- 결혼 지옥'에서 오은영이 솔루션을 제시하지만 상담의 효과는 미비한 편이다. 일련의 예시로 조지환 박혜민 부부는 극심한 갈등을 드러냈고 조지환은 오은영의 솔루션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는 자극적인 그림에 크게 반응하는 대중의 문제만은 아니다. 화제성을 유도하는 그림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어느 순간 제작진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화제성 높은 소재를 계속 활용하는 것이다. 안무가 배윤정은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 출연했다가 돌연 불화설에 휩싸였고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방송 이후 출연자가 "잘 살고 있다"고 밝히는 모습은 앞서 예능들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결국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장가현 지연수 등은 쏟아지는 악플들을 직접 감당하고 있다. 장가현의 딸은 자신의 SNS로 직접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위기의 부부들을 이용하는 예능들, 이제는 경각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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