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출토된 '선각단화쌍조문금박' 공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17일부터 10월 31일 특별전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6일 공개한 금박 유물을 머리카락과 비교한 모습. 연합뉴스
통일신라 시대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금박 유물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다. 종이처럼 얇은 금박에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선으로 문양을 새긴 유물로 연구자들 사이에선 국내에서 확인된 유물 중 가장 정교한 세공술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6년 경북 경주시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한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을 이달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특별전시를 통해 공개한다고 16일 밝혔다. 금박은 새와 꽃 그림인 '화조도(花鳥圖)'를 새긴 8세기 신라 장식물로 두 점으로 나뉘어 서로 20m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각각 발견됐다. 처음에는 형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겨져 있었지만 연구진은 보존처리 과정을 통해서 두 점이 본래 하나의 유물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금박은 가로 3.6㎝, 세로 1.17㎝ 크기의 평면으로 순도 99.99%로 정선된 순금 0.3g을 0.04㎜ 두께로 얇게 펴서 만들어졌다. 표면에는 가는 철필(鐵筆)을 이용해 촘촘하게 문양을 새겼는데 선의 굵기가 0.05㎜ 이하여서 돋보기나 현미경을 사용하지 않으면 판별이 어렵다. 문양은 꽃을 위에서 본 형태를 연상시키는 단화(團華)를 배경으로 멧비둘기로 추정되는 새가 왼쪽과 오른쪽에 한 마리씩 새겨진 형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한 8세기 통일신라 시대의 금박 유물. 가로 3.6㎝, 세로 1.17㎝ 크기의 금박에 0.05㎜ 선으로 새 두 마리와 꽃이 표현돼 있다. 현미경이 없이는 판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양이 세밀해 당대 금속공예의 정수가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
문양에 새겨진 단화는 황룡사 서편 폐사지에서 출토한 금동제 봉황장식 등에서 확인되는 통일신라 시대 장식 문양으로 서역의 단화쌍조문과 다르게 새와 꽃이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두 마리의 새 중 오른쪽이 왼쪽 보다 깃털이 다채롭고 몸집이나 꼬리 깃털 등의 특징으로 볼 때 암컷과 수컷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소는 서역의 영향을 받았더라도 문양에 있어서 신라화가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금박의 용도는 사다리꼴 단면을 가진 기물의 마구리 등에 부착하는 장식물일 가능성이 있지만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마구리는 어떤 물건이나 길쭉하게 생긴 형태의 끝 부분, 단면을 말한다. 금박의 온전한 형태와 마감 흔적을 감안하면 현재보다 넓은 금박에 문양을 새기고 일부만 오려낸 것으로 보인다.
문양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만큼, 제작 목적이 다른 데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경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양이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남에게 과시하거나 단순히 무언가를 장식하기 위한 용도보다는 종교나 비현실적인 이상향과 관련된 공헌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공개한 금박 유물의 출토 당시 모습. 연합뉴스
금박 유물을 확대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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