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자이언트 스텝에 금리 역전 눈앞
"외국 자본 이탈, 환율 상승 불가피"
한은 임시 금통위 가능성까지 제기
총재 "금리·외환·채권까지 종합 판단"
미국이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부담이 높아졌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또 한번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예고함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도 있어서다. 시장에선 한은도 당장 내달 1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사상 첫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금리 상단 기준)의 기준금리는 연 1.75%로 같아졌다. 한은이 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예고대로 다음 달 26~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한 빅 스텝에 나설 경우,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현실화된다.
게다가 이날 연준은 올해 연말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3.5%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가 네 차례(7·8·10·11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레이스를 감안할 때 올 하반기 금리 역전은 사실상 불가피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양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돼 대규모 자본 유출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지면 고금리를 쫓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 시장을 이탈하고,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입장에선 금리 자체가 낮으면 한국 자본시장에 머무를 인센티브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국내 기업의 자본 수익률 역시 미국보다 높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역전으로 인한 외국 자본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보다는 미국과 한국 채권금리 역전 가능성을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거시정책 전문가는 “기준금리도 중요한 지표지만 국고채 금리도 봐야 한다”며 “외국인 자금 유출은 한미 양국 국고채 10년물 금리 차이가 거의 없거나 역전될 경우에 본격화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 10년물 기준 한국과 미국 국고채 금리는 각각 3.767%와 3.391%로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대폭 인상으로 양국 채권금리 격차도 급격히 좁혀질 가능성은 다분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은도 빅 스텝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한은이 7월 빅 스텝을 단행한 뒤, 남은 세 차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빅 스텝 가능성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한은이 올해 네 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한은은 지난 2월을 제외하고 한 번도 쉬지 않고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 12년 만에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춘 적이 있다.
한은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빅 스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음 금통위까지 한 달 정도 남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외환·채권 시장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 금통위 개최에 대해선 "고려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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