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만에 최고 물가 상승률에
금리 0.75%포인트 단숨에 인상
FOMC "연말 3.25~3.5%" 예상
시장 "매파 본색 더 드러낼 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무려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연준은 다음 달에도 추가적인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예고하며, 41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강력 대응할 뜻을 내비쳤다.
석 달 만에 1.5%p 끌어올린 연준 "강력한 조치 필요"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연 1.50~1.75%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0.25%포인트)의 3배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건 1994년 11월(연 4.75→5.5%)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지난 3월 약 3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제로(0)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달 초 22년 만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과 이날 자이언트 스텝을 잇달아 단행하며 불과 석 달 만에 기준금리를 1.5%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연준은 올해 내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려 물가 방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아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7월 말 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0.5~0.7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며 추가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내비쳤다. FOMC 정책 결정문에도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데 강력하게 전념하고 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인플레이션 쇼크에 한 달 만에 말 바꾼 파월
파월 의장은 22년 만에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향후 0.75%포인트 인상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신 "FOMC 위원들 사이 6월과 7월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사실상 추가 빅스텝을 예고했다. 자이언트 스텝 배제 소식이 나온 당일 뉴욕 증시는 3%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41년 만에 최대폭(8.6%) 상승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받아든 뒤 상황은 급변했다. CPI 발표 직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이달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이란 수정 전망을 잇달아 내놨다. 파월 의장도 "연준의 블랙아웃(연준 위원들이 FOMC를 앞두고 공개 발언을 금지하는 것) 기간 중 늦게 데이터를 받아 정책 결정이 바뀌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FOMC 위원들은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지표)를 통해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3.25~3.5%(중간값 3.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3월 전망(1.75~2.0%)보다 1.5%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미국 기준금리가 3.5%가 되려면 연준은 올해 남은 네 차례의 FOMC에서 금리를 1.75%포인트 더 끌어올려야 한다.
일부 IB "올해 미 금리 4%까지 올라갈 수도"
이는 경제 성장세가 다소 꺾이는 것을 감수해서라도 연준이 물가 잡기를 최우선 정책 순위에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2.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던 연준은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낮췄다. 석 달 전 4%대로 전망했던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은 5.2%로 올려 잡았다. JP모건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경제 둔화를 수용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이 추가 자이언트 스텝 등 올해 내내 강력한 통화긴축을 예고한 만큼, 월가는 연준의 매파색이 더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연준이 7월 0.7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최종 금리 4%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했고,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 올해 말 금리가 4%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방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연준의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