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실시할 절박한 사정 인정"
"업무 강도·시간 감소 안 했어도 큰 보상"
KT 전·현직 직원 1,300여 명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이 최대 40% 줄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정년 연장을 전제로 한 임금피크제 도입은 연령 차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이기선)는 16일 KT 전·현직 직원 1,3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KT와 노동조합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3월 노사상생협의회를 거쳐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56세부터 임금을 매년 10%씩 깎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KT 전·현직 직원들은 조합원 총회 없이 밀실합의에 의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2019년과 2020년 임금청구 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깎인 급여를 1,000만 원씩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KT가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합법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자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것은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것으로, 회사는 정년 연장에 따라 임금 구조를 개편하도록 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어 "2014년 KT의 영업손실은 7,194억 원가량으로, 당기순손실은 1조여 원에 달한다"며 "정년 연장에 대응해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 실시 이후 업무 강도나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지만 정년이 연장된 만큼 가장 큰 보상이 주어졌다고 판단했다.
노조총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노사합의는 무효라는 사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조위원장의 행위는 조합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불법"이라면서도 "내부적 절차 위반이 있었더라도 위원장이 노조를 대표해 체결한 합의 효력을 대외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게 확정된 대법원 판결 법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 체계 개편은 사업주뿐 아니라 KT 노조의 의무"라며 "KT의 경영 상황과 노사합의 과정, 임금 삭감률 등에서 사측의 일부 양보를 얻어낸 사정도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대표권을 남용해 노사합의를 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5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했다면 노사합의가 있더라도 무효라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 불이익 정도, 업무량 감소 등을 무효 여부를 따지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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