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 임원들, 비자금 만들어 의원들에 후원
재판부 "대기업 정치자금 기부… 신뢰 훼손"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던 KT 전 임원들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는 16일 KT 전 사장 맹모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KT 전 부사장 전모씨와 CR지원실 전 임원 최모 등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KT 법인에는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약 360회에 걸쳐 불법 후원금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 11억여 원을 조성했다. 이후 임직원 부인과 지인 명의까지 동원해 100만~300만 원씩 '쪼개기 후원'을 했다. 이들이 쪼개기 후원에 쓴 비자금만 4억3,000여만 원에 달한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후원 행위가 잘못된 관행이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개인적 이득을 취한 건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기업이 직접 정치자금을 기부하면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쪼개기 후원에 가담한 구현모 KT 대표 등 임원 10명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구 대표는 2016년 9월 회사 임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총 1,400만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구 대표 등은 앞서 벌금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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