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전화통화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 이번 통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인 올해 2월 25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미국을 견제하는 두 정상이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연대감을 과시한 것이나, 급한 의제인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는 미세한 입장 차를 보였다.
러 "군사작전 합법성" 中 "각 측이 책임 있게 해결해야"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상황과 특별군사작전 과정에서 해결되고 있는 과제들에 대한 원칙적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문을 통해 밝혔다. 이어 "시 주석이 외부 세력에 의해 조성된 안보에 대한 도전에 맞서 러시아가 국가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가 합법하다고 언급했다"는 말을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성'에 시 주석이 힘을 실어줬다는 얘기다.
중국 측 발표는 다르다. 중국 외교부 보도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중국은 늘 우크라이나 문제의 역사적 경위와 옳고 그름에서 출발해 자주적으로 판단해왔다"며 "각국이 책임 있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쟁의 합법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러시아 보도문엔 "중·러 군사 관계의 추가적 강화"라는 대목이 있지만, 중국 보도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중국 책임론'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이날 보도문에서도 절제된 표현을 골라 쓴 흔적이 역력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해왔고, 이는 "중국이 러시아를 두둔하며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나토 정상회의 앞서 외교적 고립 탈피 제스처
시 주석은 '미국에 맞선 연대' 구축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력 의지는 숨기지 않았다. 유엔(UN)·브릭스(BRICS)·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자협의체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시 주석은 "신흥국과 개도국이 단합해 국제질서를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끌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쿼드(QUAD)·인도태평양프레임워크(IPEF)·나토 등 미국과 서방의 중·러 고립화 전략에 맞선 양국의 전략적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추이헝 화동사범대 교수는 16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나토의 영향력은 대서양 북부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까지 뻗어갈 것"이라며 "중·러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나토의 압박에 함께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전화통화가 유럽 주요국은 물론 한미일 정상까지 대거 참석하는 나토 정상회의(29, 30일)에 대한 견제 성격을 담았다는 의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나토 국방장관회의(15일)가 열리는 시점에 통화가 이뤄진 점을 짚으며 "러시아가 고립돼있지 않다는 외교적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 생일 축하 러브콜
이번 통화는 시 주석의 69번째 생일에 이뤄졌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생일을 각별히 챙겨온 것으로 유명하다. 2019년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신뢰구축정상회의(CICA)에서 아이스크림을 시 주석에게 선물했고, 2013년 발리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회의(APEC)에선 생일 케이크를 직접 준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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