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라윳 총리 등 내각 핵심 인사 10명 대상
군부 연정 분열 유도·존재감 과시 전략
태국 야권이 총리 등 현 군부 정권의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의회 구성상 불신임안 가결이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금명간 본격화할 총선 정국에 대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을 미리 만들기 위해서다.
16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태국의 제1야당 푸어타이(Pheu Thai)당 등 야권은 전날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9명의 내각 장·차관에 대한 불신임안을 추안 릭파이 하원의장에게 제출했다.
불신임안 제출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네 번째로, 표결절차는 오는 18일부터 5일 동안 의회 토론을 거친 뒤 진행된다. 야권의 바람대로 불신임안이 가결된다면, 의회는 해산되며 내년 3월로 예정된 총선이 앞당겨 실시될 공산이 크다.
야권은 불신임안 제출 이유로 현 정권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부패 심화 △민주주의 탄압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내각의 수장인 쁘라윳 총리는 모든 사유에 해당되며,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프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정경유착을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어 아누틴 찬위라꾼 공중위생부 장관은 행정실패, 아누퐁 파오친다 내무장관의 경우 '민주화 요구' 시위대 탄압이 주요 불신임 사유로 적시됐다.
'불신임 카드'를 뽑아 든 야권의 첫 번째 정치적 노림수는 '군부 연립정권의 분열 유도'이다. 현재 군부의 연정 최대 파트너인 팔랑 쁘라차랏(Palang Pracharat)당 내부에선 쁘라윳 총리에 대한 반감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지난 2월 수도 방콕의 도심 철도 이권을 놓고 시작된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이유에서다. 이에 야권은 불신임안 토론과 표결을 통해 팔랑 쁘라차랏당은 물론, 연정 소속 품짜이타이(Bhumjaithai)당 등 반(反)쁘라윳 세력을 수면 위로 부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야권은 불신임안 가결 여부와 상관없이 현 정권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것만으로도 '남는 장사'라고 보고 있다. 수틴 끌룽상 푸어타이당 의원은 "우리는 이번 불신임안이 태국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믿는다"며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한 국민들이 투표장에 가기 전 어떤 당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태국은 2016년 개헌안이 통과되면서 상원 의석 전체를 군부가 임명하고 하원 의원만 총선을 통해 선출한다. 현재 하원 의석은 군부 연정 소속 정당이 전체 253석 중 208석을 차지하고 있어 야권의 불신임안 단독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현 정권도 이에 집중, 최대한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불신임안 제출에 대한 정권의 반응은 "총리는 야당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대해 의회에서 설명하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정부 대변인 논평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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