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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의 놀라운 복원력

입력
2022.06.17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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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워윅 (Warwick) 대학의 로버트 스키델스키 (Robert Skidelski) 교수는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라는 저서에서, '경제 성장이 그 공동체가 갖고 있는 필요를 해결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을 제안한다. 막연한 성장만으로는 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이유는 더 적은 투입으로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을 더 많이 생산해서, 다 같이 잘 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생산성을 높인 결과가 사회의 취약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극소수가 풍요를 누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 생산성의 방향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즉 성장률 지상주의를 넘어 어떤 성장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이다.

첫째 방향은 성장의 과정에서 우리가 놓쳐온 사회적·환경적 가치에 주목하고 인권과 노동, 안전과 자연 친화의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의 전환이다. 석유 같은 화석연료 대신에 전기와 수소를 이용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미래에 큰 비용을 치르게 할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태양열과 바람, 물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성장이 바로 그것이다.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취약한 청년의 일터에서 대신 일해줄 로봇을 만들어서 확산시키는 것도 그런 성장이다.

둘째 방향은 성장의 주체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경제 주체를 두텁게 형성함으로써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과 같이 사회문제와 지역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생산과 소비의 생태계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상당한 복원력을 입증하였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80만 개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존재하고, 전체 고용의 6.3%를 차지한다. 사회적 경제가 발달한 이탈리아와 벨기에의 경우 2008년과 2010년 사이 공공부문과 민간영역 고용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지만, 오히려 사회적 경제조직에서는 각각 20.1%(이탈리아), 11.5%(벨기에) 고용이 증가했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주로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는 건강, 사회서비스, 노동 통합 등과 관련된 것으로서, 이들은 취약 계층에 대한 경제적 위기의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들이다. 또한, 포용적이고 참여적인 거버넌스 구조, 지역 공동체와의 강한 연계, 다양한 자원의 동원이 가능한 특징 등, 사회적 경제는 위기 시에 공동체 중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6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 이후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혁신성이 결합하여 성장하고 있고,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된 기업 수는 3,800여 개, 협동조합은 2만2,0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인증을 받지 않고 활동하는 비영리 스타트업이나 소셜 벤처 등을 합치게 되면, 훨씬 많은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피폐화된 우리 사회에도, 사회적 경제의 강한 복원력이 작동하기를 기대해본다.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추구하는 사회적·환경적 문제해결을 위한 혁신적 접근, 연대와 협력의 가치는 '어떤 성장인가'에 대한 해답으로, 성장의 방향을 전환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강민정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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