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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폐동맥 고혈압 치료 400례 달성

입력
2022.06.1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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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병명은 고혈압이지만, 일반 고혈압과 전혀 다른 질환이 있다.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이상으로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는 ‘폐동맥 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ㆍPAH)’이다. 이를 방치하면 심부전(心不全ㆍheart failure)으로 돌연사할 위험이 높아진다.

폐동맥 고혈압은 폐동맥 압력이 평소 25㎜Hg 이상, 운동 시 3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폐동맥 고혈압은 폐동맥 벽이 두꺼워지면서 폐동맥 내에서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발생한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폐고혈압센터(폐고혈압센터)는 중증 폐혈관 질환인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 치료를 400례 시행했다고 15일 밝혔다.

폐고혈압센터는 2015년 국내 처음으로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경피적 폐동맥혈관성형술을 성공한 이래 이달 중 300례를 달성했다.

경피적 폐동맥혈관성형술은 하지정맥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밀어 넣어 좁아진 폐혈관을 혈관용 풍선을 이용해 넓혀주는 시술이다. 폐혈관내막절제수술도 병원 문을 연 이래 100례를 기록했다.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은 폐혈전이 장기간 폐혈관에 축적돼 약물로는 더 이상 녹지 않을 만큼 굳어 폐동맥 압력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우심실부전을 유발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지만 10만 명 당 30~50명 정도로 희소한 탓에 진단 자체가 어렵다.

또 2015년 새 치료법이 국내 들어오기 전에는 수술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제한이 많았다. 수술 난도가 높은 데다 수술해도 혈관 내 병변을 모두 제거하기 힘들 때가 많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외국 전문병원에서도 수술 후 폐고혈압이 남는 환자들이 2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주 작은 혈관에서 만성 혈전이 발견되면 수술로 제거할 수 없고, 수술 후 병변을 모두 제거하지 못하면 더 이상 뾰족한 수가 없다.

삼성서울병원은 해결책으로 해외에서 새로운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 치료법인 ‘경피적 폐동맥혈관성형술’을 접하고, 다학제팀을 구성했다. 또 세계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미국ㆍ독일 병원을 방문해 수술 기법을 향상시켰다.

폐고혈압센터 다학제팀은 수술이 필요한 경우와 시술로 가능한 경우, 수술과 시술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환자군을 선별했다. 초기 진단 단계부터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순환기내과 안에서도 전문 분야에 따라 진단과 치료, 관리를 맡은 진단치료관리팀(김덕경·장성아 교수)과 경피적 폐동맥혈관성형술 시술팀(양정훈·박택규 교수)으로 나눴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 정동섭 심장외과 교수가 나서고, 질환 특성에 맞춰 호흡기내과 김호중·박혜윤 교수도 합류했다. 또 중환자의학과와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관련 부서가 모두 힘을 모았다.

성과는 뚜렷했다. 환자의 90% 이상에서 폐동맥 압력 개선 또는 증상 개선, 운동기능 향상을 보였다. 경피적 폐동맥혈관성형술을 시행한 결과 사망률은 0%였다. 합병증 발생은 6%로 집계됐지만, 모두 치료 가능한 상태로 양호하다고 폐고혈압센터는 보고했다.

수술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1994년 문을 연 이후 2015년까지 20년 간 42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았지만, 다학제 폐고혈압센터 구성 이후 7년이 채 되지 않아 60명이 넘는 환자가 수술을 받았다. 이 역시 국내 최다 기록이다. 수술 사망률도 2%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첫 한 달 내 사망률이 5~19%에 이른다.

장성아 폐고혈압센터장은 “최근 10여 년 간 급격히 발전한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 치료법을 국내에 앞장서 들여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치료 안정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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