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차질로 금융위원장 공백 장기화
시장 패닉에도 안정화 조치 내릴 책임자 없어
"청문회 기약 없지만, 절차대로 임명 진행할 듯"
미국발 물가·금리 쇼크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관리할 금융당국 수장의 공백 상태는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복합위기'에 대응할 사령관이 장기간 임명되지 못하면서 금융당국이 제때 위기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 일정은 오리무중이다. 국회가 하반기 원구성 협상을 두고 보름 넘게 갈등을 빚으면서, 김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5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한 달이 넘는 공백 상태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셈이다.
공백이 장기화하는 사이 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미국에서는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15일(현지시간)을 포함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나 인상했고, 그 여파로 국내 주식·채권·환율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는 2,500선이 무너졌고, 대표적 시장금리 상품인 국고채 3년물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역시 1달러 대비 1,3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의 공백 사태는 금융시장에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기고 있다. 금융위원장은 금융정책을 입안하고 금융기관과 자본시장에 대한 감독을 총괄하는 자리로, 특히 지금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공매도 금지와 같은 과감한 시장 안정화 대책을 결정할 수 있다. 지금은 김소영 부위원장이 위원장 대행 역할을 맡고 있지만 무게감은 다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위원장이 내놓는 메시지나 결정 하나하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위원장과 차이가 크다”며 “하루라도 빨리 임명 절차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급박한 상황을 감안, 윤석열 대통령이 청문회 절차를 생략하고 금융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김창기 국세청장 임명을 강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상반기 회기 중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국세청장과 달리, 금융위원장 인사청문요청안은 하반기에 제출돼 강행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관계자는 “청문회 일정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지만, 향후 금융규제 개혁 등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청문회 후 임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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