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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보다 더운 대구, 대구보다 더운 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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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보다 더운 대구, 대구보다 더운 의성?

입력
2022.06.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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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빙계 얼음골 야영장, 한여름에도 ‘오슬오슬’
피서뿐 아니라 볼거리도 뷔페 수준으로 풍성


빙계 계곡의 대명사 빙혈. 박상은 기자

빙계 계곡의 대명사 빙혈. 박상은 기자


빙계 얼음골 야영장 인근 빙계 서원. 박상은 기자

빙계 얼음골 야영장 인근 빙계 서원. 박상은 기자


빙산 사지 오층 석탑(보물 327호). 박상은 기자

빙산 사지 오층 석탑(보물 327호). 박상은 기자


'1942년 8월1일, 아프리카가 대구에 놀러왔다 더위를 먹고 쓰러졌다. 그런데 웬걸 대구는 2018년 8월1일 의성에 갔다 일사병에 걸렸다.'

연도는 다르지만 8월1일 당시 기온은 대구가 40℃, 의성이 40.4℃를 각각 기록했다. 여름 대구는 아프리카만큼 덥다고 해서 흔히 대프리카로 불린다. 대구 사람들은 여름 더위를 진저리치면서도 한편으론 폭염 기록이 타지방에 뺏기기라도 하면 자존심 상해 하는 묘한 이중 의식을 갖고 있다.

국내 무더위 왕좌를 놓고 일합을 겨루는 대구와 의성이지만 확연히 다른 점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의성의 급격한 일교차.

지난 4월15일 지방 선거일. 의성 아침은 한겨울 날씨인 0℃, 반면 낮 최고기온은 24℃로 일교차 24도를 기록했다. 한여름 35℃ 내외의 기온을 보이는 날 일지라도, 해가 진 저녁이면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말하자면 의성 한낮은 엄청 덥지만 아침 저녁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구 소멸 지역 상위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조용한 농촌 마을 의성의 춘산면이 최근 무더위로 인해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구에서 54㎞ 거리, 북대구에서 네비게이션을 설정하면 58분 소요되는 곳에 위치한 빙계, 즉 얼음골 야영지 덕분이다.

빙계(氷溪) 즉, 얼음골 야영장은 요즘 온라인 예약 사이트가 열리는 월초에는 사이트 오픈과 동시에 주말 예약이 완료되는 진기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금요일과 주말 예약률이 100%가 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 전국에서 방문객이 밀려들고 있다.


빙계 얼음골 야영장 카리반 캠핑장 전경

빙계 얼음골 야영장 카리반 캠핑장 전경


빙계 계곡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는 가족. 박상은 기자

빙계 계곡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는 가족. 박상은 기자


야영지 내의 어린이 놀이 시설. 박상은 기자

야영지 내의 어린이 놀이 시설. 박상은 기자


빙계 얼음골 야영장의 호텔급 공동 주방. 박상은 기자

빙계 얼음골 야영장의 호텔급 공동 주방. 박상은 기자


빙계 얼음골 야영장의 최신 개별식 샤워 시설. 박상은 기자

빙계 얼음골 야영장의 최신 개별식 샤워 시설. 박상은 기자


대규모 천연 잔디와 공룡 캐릭터 조형물로 사진 촬영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산운생태 마을

대규모 천연 잔디와 공룡 캐릭터 조형물로 사진 촬영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산운생태 마을


의성군이 야심차게 준비한 빙계 얼음골 야영지는 총 23,140㎡ 부지에 아이들이 흙을 밞고 만지며 놀 수 있는 흙 놀이 공원과 대형 놀이시설을 겸비하고 있다. 야영지에서 20m 거리에 맑고 시원한 개울물이 흘러 가족 방문객들이 물고기와 고동을 잡으며 물놀이가 가능한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또한 야영지 내부에서는 차량 통제가 이루어져 아이들이 교통사고 걱정없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있다.

총 61개 사이트(카리반 18대, 오토 캠핑장 43대)의 월 평균 이용자는 730개 팀, 3,500명에 이른다. 방문객들은 인근 대구 경북 70%, 타 시군 30%으로 최근에는 미국, 호주, 중국, 터키 등 다양한 외국의 방문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빙계 얼음골 야영장을 찾은 세 아이의 엄마 이성미(38)씨는 "이곳에 와보니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어머니 품같은 시골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도시의 잠들지 않는 네온 불빛과 가로등 그리고 자동차 소음 대신 자연이 들려주는 개구리, 뻐꾸기 소리, 반딧불이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실감하지 못했던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며 감탄했다.

한 방문객은 "야영장을 둘러싼 산과 숲, 그 숲을 감싸듯 흘러 내려가는 시냇물 곁에서 가족과 함께 모닥불 피워놓고 함께한 시간. 남편과 음미한 와인 한잔, 아이들과 호들갑을 떨며 구워 먹은 마시멜로 맛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빙계 얼음골 야영장의 또 다른 매력은 주변이 볼거리의 보물창고라는 점이다.

우선 계곡의 빙혈(氷穴)과 풍혈(風穴) 내부에는 건장한 성인조차 5분을 견디기 어려운 찬 바람이 쏟아져 나온다.

가정집 거실에 설치된 에어컨 온도를 16℃에 맞춘 후 최대 풍량으로 세팅한 것 같은 차고 강한 바람이 내 뿜어지고 있다. 이곳 빙혈과 풍혈이 더욱 신비한 것은 입춘이 지나면 냉기가 뿜어져 나오지만, 한겨울에는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미스테리 계곡이라는 점이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자연의 신비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이다.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계곡 안에는 아담하고 조화로운 빙산사지 오층석탑(보물 제327호)과 1556년 건립된 빙계서원이 의성의 품격을 뽐내듯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더 넓은 천연잔디 공원 안에 공룡 캐릭터 조형물들이 즐비하다. 사진 촬영 명소인 산운 생태 마을과 중후하고 고풍스러운 전통 한옥 고택이 멋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산운 마을도 매력적이다, 의성 마늘의 출발지인 대규모 의성 마늘 농장과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 거목이 즐비한 사곡면 등은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가히 볼거리의 뷔페인 셈이다.

빙계 얼음골 야영장 김정훈(53) 관리소장은 "이곳은 위치상 경북의 중심부이고 안동, 포항 김천과 80㎞, 대구 북부지역과는 불과 54㎞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접근성이 뛰어나다. 야외 캠핑장에는 전기차 전용 충전소도 당연히 갖춰져 있고 카리반에서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준으로 구비되어있다"며 "그 가운데도 오토 캠핑장의 야외공동 주방과 샤워 시설은 5성급 호텔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신경 써서 마련해놓았다"고 자랑했다.

"방문객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곳 최고 매력 포인트는 비오는 날입니다. 대자연 속에서 빗소리를 직접 듣게 된다면 그 어떤 클래식 음악보다 감미롭고 아름답게 다가 올 것입니다!"

김정훈 의성 빙계 얼음골 야영장 관리소장은 "빙계 계곡은 비오는 날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자랑했다. 박상은 기자

김정훈 의성 빙계 얼음골 야영장 관리소장은 "빙계 계곡은 비오는 날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자랑했다. 박상은 기자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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