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일반 콜센터 노동자들보다 더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근무한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휴게시설이 부족한 사무실에서 일하며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한 채 고객으로부터 매일 고함을 듣고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이 많았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콜센터 고용구조 개선 및 플랫폼 시장 대응 입법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최재혁 사무금융노조 비정규센터 부국장이 배달의민족, 쿠팡그룹, 야놀자 등 플랫폼 기업 콜센터 노동자 6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들은 7.6%만 직접 고용돼 있었고 △간접고용 68.2% △파견(18.2%) △자회사(6.1%) 소속이었다.
폭언·욕설 감정노동에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가
플랫폼 기업 콜센터 노동자들은 전반적으로 현재 노동 조건에 불만이 컸다. △임금·노동조건 만족도 △노동 강도 만족도는 모두 5점 만점에 평균 1.91점이었다.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192만 원 정도로 집계됐는데, 87.8%는 '생활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낮은 임금 때문에 이직·퇴직을 선택·고려해봤다는 응답도 34.8%에 달했다.
마음대로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는 응답도 39.4%나 됐다. 연차나 병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이들은 72.7%였다. 작업장 환경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작업공간(36.4%)과 휴게시설(56.1%)에 대해 '불만족'이라는 이들이 많았다.
감정노동 환경도 열악했다. 매일 고객으로부터 고함을 듣거나 괴롭힘을 당한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2명(19.7%)이었다. 고객에게 고함과 폭언·욕설을 들어본 적 없다는 이들은 20% 미만이었다. 또 상사나 동료로 인해 겪는 문제 중에는 부당한 지시를 겪었다는 비율이 60.6%로 가장 많았다.
"기존 콜센터 노동자보다 열악... 법 개정 필요"
이를 기존 콜센터 노동자와 비교하면 열악함이 드러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발표한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와 이번 조사를 비교하면 기존 콜센터 노동자는 직접 고용 비율이 21.8%로 3배가량 높았고, 월평균 임금은 235만원 수준으로 40만 원 정도 많았다. 화장실 이용이 자유롭지 않다는 응답도 25.3%로 훨씬 낮았다.
보고서는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원래 콜센터 운영을 하지 않았으나, 플랫폼 업체 경쟁이 격화되고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콜센터를 개소·확충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산업의 성장과 비대면 업무 강화를 고려하면 간접고용 콜센터 노동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크게 늘어나는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