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민주당 경북지사 후보 인터뷰>
국민의힘 텃밭서 선전 '졌잘싸' 평가 받아
승패 뻔했지만 지난 4년 평가 위해 출마
종전보다 지역구도 장벽 더 높아진 듯
"지역구도 깨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 절실"
결과가 뻔한 선거에 출마했다. 예상대로 패했다. 득표율은 22%로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치 25%에도 못 미쳤다. 큰 득표율 차이로 낙선했지만 "받은 표만큼 더 성장한다"면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북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임미애 경북도의원의 얘기다.
후보등록 직전까지 민주당에선 경북지사 예비후보가 단 1명도 없었다. 무투표 선거 얘기까지 흘러 나왔다. 이때 임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낙선에도 불구하고 임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이철우 경북지사의 안방격인 예천군 경북도청 신도시에선 이 지사보다 많은 표를 얻는 이변도 연출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586 운동권 세대로 분류되는 임 의원은 남편인 김현권 전 국회의원과 경북 의성에 귀농해 마늘 농사를 짓고 살았다. 경북 내에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의성군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소속으로 군의원을 2번을 지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선 도의원에 당선됐다. 임 의원은 탄탄한 풀뿌리 정치 이력을 갖고 있었지만, 14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도의 단단한 장벽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졌지만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이철우 지사의 도정 4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출마를 결심했고, 동시에 ‘나를 평가의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얻은 표만큼 이긴 선거였다고 얘기하고 싶다."
-패배가 예상됐는데 출마한 이유는.
“경북에서 민주당 후보로 승리 가능성만 따져 출마 여부를 결정한다면 과연 선거 때마다 나올 수 있는 후보가 얼마나 되겠나. 하지만 경북이 안고 있는 지방소멸과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미래먹거리 문제 등은 정치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건강한 견제와 비판, 토론이 사라진 정치는 복잡하고 급변하는 사회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통해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꼈나.
“낮은 인지도와 짧은 선거기간 때문에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지역 문제에 대한 무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유권자들은 몸은 지역에 있지만 관심은 온통 여의도에 가 있는 느낌이었다. 지방정치의 실종을 뼈저리게 느꼈다."
-지역구도가 많이 허물어졌다고 생각하나.
"최근 몇 번의 선거에서 세대 투표 경향이 나타나면서 경북에서도 지역구도가 느슨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젊은 세대들이 투표장으로 많이 나오지 않아, 지역구도가 더 강하게 살아난 것처럼 보였다. 지역에서 민주당은 주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벽은 높다. 지방자치 27년 동안 경북에선 줄곧 하나의 정당만을 선택해 왔고, 그 결과 경북은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다양성이 실종됐다. 매번 투표 때마다 우리 손으로 경북의 위기를 만들어 왔을지도 모른다."
-영호남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 때도 광역의회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율이 지나치게 높았다. 광역의회는 1등만 뽑는 소선거구제 방식인데, 이렇게 하면 지역구도에 기반한 1당 독점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를 통해 중앙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비례대표제 역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경북도 23곳 시·군 의회에 비례의원이 있지만, 후보를 등록한 시·군은 9곳에 불과했다. 거대 양당 체제에서 25% 이상 득표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굳이 돈을 써가면서 후보를 등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선 개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향후 정치 활동 계획은.
“2024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경북도당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간 민주당이 경북에서 도정의 정책파트너로 인식되기에 부족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도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는 공당 역할에 충실한 민주당 경북도당의 위상을 찾는 데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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