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큰 비, 더 많이 내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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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온실가스 감축 없이 탄소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수십 년 후 하루 최대 강수량이 7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제주도 권역에서 강수량 증가폭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는 14일 하천 홍수 발생과 관련된 유역별 극한 강수량(연간 최대 강수량)의 미래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을 한강유역, 낙동강유역 등 26개 권역으로 쪼갠 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최대 강수량(100년 재현빈도 극한강수량)이 기후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따졌다. 재현빈도 극한강수량은 기반시설을 지을 때 활용되는 중요한 데이터다. 가령, 하천 둑을 건설할 때 현재 기준의 100년 재현빈도 극한강수량을 기준으로 삼는데, 기후변화로 이를 뛰어넘는 비가 내리면 둑이 버티지 못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저탄소 시나리오(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 △중간단계 시나리오(탄소 배출을 서서히 감축) △고탄소 시나리오(현재와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 탄소 배출 지속)로 나눠 분석했다.
고탄소 시나리오의 경우, 100년 재현빈도 극한강수량이 지금보다 최대 53%까지 증가했다. 현재(2000~2019년)의 극한강수량은 각 권역별로 하루 적게는 187.1㎜, 많게는 318.4㎜인데, 2021~2040년에는 평균 29%, 2041~2060년에는 46%, 2081~2100년에는 5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81~2100년에는 권역별로 33~73% 증가해 일부 권역은 극한강수량이 70%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제주도의 현재 기준 극한강수량은 431㎜인데, 2041~2060년엔 현재보다 최대 334.8㎜ 늘어 최대 765.8㎜까지 비가 내릴 수 있다. 2081~2100년에는 311.8㎜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9월 제14호 태풍 찬투가 북상했을 때 제주도 주요 관측 4개 지점 중 서귀포에서 하루 최대 219㎜의 비가 내렸는데, 2041~2060년 극한강수량은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셈이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유역별 극한 강수량 미래 전망정보는 수자원 시설기준 및 홍수위험도 등 안전성과 연계돼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결되는 중요한 정보"라며 "향후 극한 강수량의 증가로 홍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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